[신난중일기] 색깔론 - 빨강
[신난중일기] 색깔론 - 빨강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0.19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율 <본지 주필>
비가 그친 뒤 푸른 하늘을 건너지른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을 나타내는 무지개는 아름답다.
우리에게 청량감을 주는 무지개의 색깔이 단지 일곱 색만은 아니다.

지구로 들어오는 백색광이 각 굴절각도에 따라 여러 색으로 나누어지고 이 색깔들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깔들이 있다.

하지만 그 색들은 띠도 훨씬 얇을 뿐더러 같은 계열의 색상들이기 때문에 묻히고 기본적인 일곱 색깔이 두드러지게 우리들의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 색중에서 빨강색은 원색 중에서 색중의 색이며 원형적인 색이어서 우리 눈에 잘 뜨인다.
미셀 피스투로의는 ‘색의 비밀’에서 빨강의 상징적인 의미는 거의 언제나 피와 불과 관련되어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피에도 좋은 피 나쁜 피 가있고 불에도 좋은 불과 나쁜 불이 있다.
기독교에서 좋은 피의 빨강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흘린 빨강 피, 생명, 속죄, 정신의 힘을 나타낸다. 따라서 나쁜 피의 빨강은 불순, 폭력, 죄의 상징이다.

불의 빨강은 좋은 의미로는 성령 강림의 대축일의 빨강, 성령의 빨강이지만 나쁜 의미로는 불태우고 상처주고 파괴하는 지옥의 불꽃, 위선, 교활함을? 나타낸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긴 세월 동안 빨강색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았다.
해방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치 상태가 심화되고 국시를 반공으로 삼고 있던 시절 공산당을 빨갱이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미술시간에 간첩을 빨강색으로 표현했고 빨강색 가족은 연좌제에 묶여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었고 민주인사는 빨갱이라는 족쇄를 채워 사회에서 격리 시켰다.

국민들은 빨갱이 타도라는 표지판 앞에 모여 공산당 타도를 외치면서 순한 양처럼 길들여져 갔다.
교통 신호등의 정지신호 빨강불이 켜져도 빨갱이를 연상하리만큼 철저한 반공사상으로 무장되어왔다.

80년 민주화 이후 노조원들의 파업현장에 정열, 결속, 투쟁 등을 나타내는 빨강조끼, 빨강머리띠가 등장했다.

정열, 단합, 투쟁을 상징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빨강색에 길들어진 우리 국민 들 에게는 강경 일변도, 또는 적색분자라는 부정적적 이미지만을 주어왔다.
어쨌든 빨강색은 금기였다.

그랬던 우리가 2002 월드컵을 계기로 빨강색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환희와 희망의 색으로 다가왔다.

붉은 악마의 등장이다.
붉은 악마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고 길거리 시위를 문화 축제로 승화 시켰으며 국민을 하나로 묶는데 공헌했고 국가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 시켰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색깔론 망령이 되살아났다.
교과서에서, 국보법 개정에서 반대 논리 자에게 덮씌우기 수작들을 가리지 않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생각하기 조차 끔직한 빨강색의 공포를 되살리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할 뿐이다.

남북 간의 화해, 경제적 교류를 통한 통일 기반 조성, 자주통일을 위하여 모두가 뜻을 같이 해야 할 때에 빨강색 시비는 결코 바람직 한 일이 아니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국정감사는 여야가 동반자가 되어 함께 살피는 것이 바른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