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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가 호사가들의 놀이로 전락해서야”
“차문화가 호사가들의 놀이로 전락해서야”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10.18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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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통 차와 다기 무료 보급 차문화 확산 주력
지리산 피아골 10년째 산야초 채집 각종 대용차 제다
“차마시는 일이 보여주기 위한 놀이나 허사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이야기’의 저자 전문희(43)씨는 차문화가 호사가들만의 놀이 문화가 아닌 서민들이 쉽고 편하게 마실수 있는 문화로 정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최근 잠언집을 출간한 위재춘씨(여상제재 대표이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여수에 온 그녀를 소호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산야초에 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생활한 지 10년째, ‘건강을 위한 산야초 모임’을 이끌면서 산야초로 쑥차, 칡꽃차,매화차, 뽕잎차,감잎차, 으름차,솔잎차,백화차 등 각종 차를 만들고 있다.

이 차들은 우리의 선조들이 민방요법의 일환으로 약용으로 쉽게 다려 먹었던 것들이다.

특히 100가지 산야초로 만든 ‘백초차’는 짙은 향과 맛이 일품으로 차인들 사이에서는 명차로 꼽히고 있다.

‘야생초편지’의 저자인 황대권씨는 “그녀가 정성을 들여만든 백초차를 우려마시면서 이것은 한잔의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을 통째로 내몸에 모시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백초차를 평가한다.

하지만 그녀가 만든 차가 차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는 고작 1년 남짓. 소위 녹차류만 차로 인정하는 풍토에서 대용차로 분류된 그녀의 차들은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색,향,미를 기준으로 차의 질을 평가하는 배타적인 잣대가 산야초로 만든 각종 대용차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100통을 공짜로 줘도 한통을 사지 않았다. 외롭고 서러웠지만 오기로 싸웠다”고 차로 인정받지 못했던 지난 일을 기억했다. 오로지 차문화 확산을 위해 달려왔다는 그녀는 아직 ‘명품다기’를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녀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왜 다기를 싼 것을 쓰냐”고 자주 묻는다고.

이제껏 1000통이 넘는 차를 무료로 보급해 온 그녀는 “돈있으면 3-4만원 하는 다기를 서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녀의 저서 ‘산야초이야기’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주부들의 참고서’로 널리 애독되고 있다. 그런 그가 짝이 맞지 않는 값싼 다기를 쓴다는 사실을 일반 차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은 당연할 지 모른다.

그녀의 손은 보통의 40대 주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투박하다. 70년대 시다의 손처럼 손톱엔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산야초를 따면서 독사에 물리는 일이 흔하고 왕벌이나 지네에 물리는 일이 생활인 그녀에게 고운 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듯 싶다.

어머님이 암선고를 받고 돌아가시면서 출가하라는 유언에 따라 도회지 삶을 정리하고 지리산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내 몸을 위해 차를 만들다 남을 위해 살게됐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차는 생명수’이다. 기호나 음료의 의미를 뛰어 넘어 자연의 신비로운 치유능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명수이다.

“차를 팔려는 욕심만 가지면 사기꾼이 돼 백통도 만들기 힘들어진다”는 그녀는 제다인의 진실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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