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되돌아 본 LG정유, 다시 보는 언론
[시론] 되돌아 본 LG정유, 다시 보는 언론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0.1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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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상(민주노동당여수시지구당위원장)
반론과 이론의 여지를 잠재운 메카시적 광풍이었다. 감히 누구도 LG정유노조 옆에서기를 두려워할 정도로 그들은 파렴치한으로 매도되었다.

과거 독재정권과 재벌자본들에게 복종의 미덕을 발휘할 때, 그들은 산업역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산업역군은 하루아침에 불순분자 산업발전의 저해물로 취급되었다.

LG정유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파업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배불리 먹여주고 사택에 골프연습장까지 지어줬는데도 불구하고 파업을 하는 한마디로 배은망덕한(?) 노동자라고 널리 홍보하였다.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조중동과 경제신문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격의 호기임을 직감했고 많은 양의 지면을 할애하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반문해야한다.
LG정유를 고임금노동자의 배부른 파업이라고 매도하는 언론들이 그렇다면, 저임금노동자들의 파업은 지지했던가? 단연코 아니었다.
또 하나 노동조합에서 그 동안 임금투쟁을 하였을 때 언론이 점잖게 꾸짖었던 사실을 상기해보자!

“이제는 대기업노조도 변해야한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울게 아니라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한 선진적인 노동운동으로 변화해야한다”

그렇다. 언론이 말해왔던 그대로의 투쟁을 LG정유는 실천했다. LG정유의 여수사업장 정규직 노조원이 900여명인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의 단계적인 정규직화와 지역사회발전기금출연 요구는 과거언론이 노동조합에 강요했던 바로 그 내용이 아니던가?
LG정유가 그 위험한 파업으로 이 사회에 증거했던 필수공익사업장의 문제점,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직권중재제도의 불합리성이나 오남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느 언론사를 찾아보아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언론의 말대로 자기의 배를 불리려는 사람들이 배불리기는커녕 구속, 해고, 손배가압류, 무노동무임금 등 엄청난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불법파업(?)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면 최소한 그들의 외침을 보도라도 해주는 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기실, 노동자의 파업에 있어서 보수일간지와 경제신문은 파업의 원인과 과정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불변의 가치와 등식이 존재한다.

파업은 산업현장의 평화를 깨는 것, 노동자가 자기이익만을 챙기려는 것, 국제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것,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고로 파업은 표현만 안했을 따름이지 그들의 눈에는 만악의 근원인 것이다.

실제 파업을 결의하고 파업을 행하는 주체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모든 파업의 책임과 비난은 노동조합으로 쏟아부어야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들로서는 그들의 입장에 충실함일 수도 있다.

그들의 고객인 대기업주주의 입맛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에도 그러하고 그들의 선천적인 태생도 그러하다. 다만, 우리가 언론의 태생과 환경을 알면서도 그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최소한 왜곡과 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주 관대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엘지정유의 파업보도를 보면 조중동에 비해 과녁에서 다소 떨어져있던 경제신문이 마치 서운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경제신문이 아닌 경제인신문의 표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여론은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형성될 뿐이다. 그리고 여론형성의 주체는 이땅의 독점적 언론사 그들의 천부적인 권력이다. 보수적인 논조도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이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엘지정유의 보도를 보면 출발부터 노동자에게 적대적 감정에 기인한 보도를 취하면서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측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확대재생산은 ‘인용’이라는 베일에 적당히 몸을 감추면서 뻔뻔스런 왜곡과 오보를 생산하게 된다.

산개파업직전 공장가동중단을 보도한 태도를 보면 노동조합이 기계를 중지했다는 회사측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회사는 파업기간 중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을 때부터 이미 공권력투입을 통한 물리적 강제해산을 요구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은 공장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수를 두었다가는 대형사고와 수습할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진입을 결정할 수 없었다. 노조가 기계를 정지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무기와 방패를 스스로 버리고 공권력을 불러들여 무너지겠다는 말밖에 안된다.

회사가 기계를 정지한다면- 그것은 가동중단을 무기로 노조를 공략하면서 공권력진입의 빌미로 삼아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는 사전정지작업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상식과 정황만으로도 공장가동중단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노와 사의 주장중 노조측의 주장이 신빙성과 사실성에 가까울진대 언론은 오로지 회사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했다.

이번 엘지정유의 또 하나의 기막힌 작품은 노조원의 패러디를 왜곡 패러디한- 그들 표현에 의하면 일명 ‘김선일 패러디’이다.
LG정유노조원들은 파병반대와 김선일 추모등에 많은 호응과 결합을 했었다.

파업기간중 LG정유노조원들은 광주 송정리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반대집회에 전원이 참석했었다.

침략전쟁과 미국반대 그리고 이라크 침략과 밀접한 관계의 미국 굴지의 유전사이자 엘지정유의 최대주주인 쉐브론텍사코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혼재되어있었던 것이다.

패러디의 본질은 LG정유 자사회장의 막가파식 노사관이며, 최대주주인 쉐브론텍사코를 겨냥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은 친절하게도 김선일패러디로 명명하고 국민들의 감성을 긁어댔던 것이다.

김선일이 죽던 말던 파병을 강조하던 그 언론사들이 김선일을 추모하고 파병을 반대하는 노동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 이 아이러니를 보고도 하소연조차 할길 없는 엘지정유 노조원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엄밀히 따지면 이건 왜곡과 과장을 넘어선 범죄이다.
그때 그 난리를 쳤던 언론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극 ‘환생경제’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도 관대하였는지... LG정유노동자들의 패러디건을 비난한 대로라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사설과 특집, 기획기사까지 동원하여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화학공단 입주 이래 수많은 귀족들이 한순간에 죽어갔고 앞으로도 또 죽어갈 것이다!

귀족의 삶이 어찌 이리도 허망한가?

지난 8월25일에는 언론이 말하는 배부른 귀족노동자가 공장의 폭발사고로 사망했고 한명이 중상을 입었다. 귀족답지 못하게 천수를 누리기는커녕, 엄청난 폭발음속에 시커멓게 그을려 현장에서 즉사했다.

언론이 즐겨 말하는 그 귀족노동자는 엘지의 석유화학 공장 노동자였으며 단한마디의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철부지 어린자식에게 하얀 상복을 입히고 말았다.

공장의 높은 소음으로 난청은 일상화가 되고, 각종 화학약품의 그 지독한 냄새가 친숙할 정도로 신체가 오염되고, 안전핀 빠진 수류탄을 품에 안은 듯,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하고 복잡한 화학공단에서, 생체리듬마저 파괴되고 평균수명마저 단축시키는 교대근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땅의 귀족들은 오늘도 뺑뺑이를 돌고 있는 것이다.

엘지정유의 노무경영 슬로건은 피플퍼스트(people first)였다.
그러나,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그 슬로건은 사탕발린 거짓임이 드러났다.

피플 퍼스트로 가장한 그 경영마인드는 피플 라스트(people last)의 음울함이 배어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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