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
추석에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9.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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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정정수 <발행인>
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한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도로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 행렬로 몸살을 치른다. 마음은 고향에 이미 가있지만 차량은 제대로 달리지를 못하고 서다 가다를 반복한다. 서울에서 광주 전남까지 보통 13시간에서 20시간까지 걸린다.

그래도 가족을 싣고 고향을 향해 달리는 마음은 즐겁다. 그곳에 가면 기다리는 부모가 있고, 어린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묻어있는 곳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반갑게 맞아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묘소를 찾아가 넙죽 절하고 술한잔 따르면 “반갑다. 우리 손자 많이 컸구나” 하면서 반겨줄 것 같기 때문이다.

이토록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은 우리민족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이다. 외국인들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토록 만사를 제치고 고향을 찾는 마음속에는 조상의 숨결이 내안에 흐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부모의 기운이 내안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고 한다. 같은 기(氣)끼리는 서로 느끼고 응(應)한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풍수지리의 기본이론이 우리 몸속을 흐르고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의 기본서인 곽박의 ‘금낭경’ 제1 기감편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是以銅山 西崩 靈鐘東應(시이동산 서붕 영종동응 ·서쪽에 있는 구리산이 무너지니 영험스러운 종이 동쪽에서 울린다는 뜻)이다.

여기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 한나라때의 이야기다. 궁중에서 누가 치지도 않은 종이 갑자기 스스로 울렸다. 황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동방삭에게 “아무도 치지 않은 종이 왜 울리는가.”고 물었다. 혹시 무슨 변괴를 알리는 일이 아닌가 근심을 했다.

그때 동방삭은 “서쪽에 구리광산이 무너졌을 것입니다”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서쪽의 구리광산이 무너진 것과 궁중에 있는 종이 울리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궁금하여 당장 서쪽 구리광산이 무너졌는지 확인을 하라고 지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에 그 답변이 날아들었다. 진짜로 구리광산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무너진 날이 바로 종이 울린 날이었다. 황제는 깜짝 놀랐다. 동방삭에게 그 원인을 물으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푸른 종은 구리로 만든 것이고 구리는 구리 광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광산이 무너지니 그곳에서 나온 종도 함께 울린 것입니다.”
그 말에 황제는 감동했다.

“이토록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금속끼리도 서로 느끼고 응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야 얼마나 큰 작용을 하겠는가.” 하면서 ‘동기감응’이라는 새로운 원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를 가지고 있다. 현대과학도 뒤늦게 인간들에게 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욱이 부모와 자식사이엔 동질성 물체로 이루어져 동일한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기(氣)가 흐른다'는 것을 밝혀 낸 것이다.

10년전에 모 방송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94.4.17) -풍수지리 허와 실’ 편이 방송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 등장한 한 사람이 “모든 만물에는 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에게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본인과 조상 사이엔 보이지 않는 기가 흐른다는 것을 밝히기 위하여 정자 실험을 한바 있다.

실험 내용은 남자 4사람의 정자를 채취하여 서울에는 사람을, 약 2백km 떨어진 대전에는 정자를 놓아두고 4사람 중 한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사람이 놀라는 순간 동시에 4개의 정자 중 하나가 움직인 것이다.

움직인 정자를 확인해 보니 놀란 사람의 정자였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 자식은 동질성 물체로 서로 같은 기가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무대’였다.

이런 점을 감안해볼 때 천리를 멀다않고 고향을 찾아오는 추석 귀성인파는 우리에게 무언가 보이지 않는 연결점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태어난 곳이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며 찾아오는 것이다. 태평양으로 떠나간 연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다시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하천으로 몰려오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모르고 지내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여행사에서 내놓은 70만~150만원 짜리의 3박4일 코스 골프여행상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그대신 붐벼야 할 고향근처 관광지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평소보다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더욱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불우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도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혹시 그들의 고향이 해외가 아닐까. 이처럼 ‘고향’ 대신 해외를 찾는 사람들이 ‘동기감응’이라는 깊은 뜻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여수에 33층짜리 호텔이 들어서는 등 해양레저타운이 추진중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해외로 나가는 철없는 사람들을 국내로 붙잡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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