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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보다 나쁜 차맛 제거에 혼신”
“좋은 차보다 나쁜 차맛 제거에 혼신”
  • 김석훈 기자
  • 승인 2004.09.1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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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장인8] 제다장인 류수용씨
   
요즘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담소를 나눈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보이차를 마셔봤을 것이다. 보이차는 고가의 발효차지만 몸에 좋다는 이유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다. 이처럼 중국차를 앞다퉈 선호하는 유행의 뒤편으로 우리의 전통 자생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구려사 왜곡에 광분하면서 우리의 입맛을 뺏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승주, 광양 등에 약 1천 5백평 규모의 야생차밭을 일구며 92년부터 야생수제차인 ‘진벽(眞碧)차’를 출시하고 있는 류수용(41) 제다인(製茶人)은 보이차의 열풍을 한마디로 ‘정신적 사대주의’라고 일갈한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기호가 다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차를 선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좋은 차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아니냐. 차품평회에서 중국차와 우리 전통차를 놓고 차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 맛있는 차를 고르게 하면 우리 차맛을 알고 고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우리의 전통자생차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중국차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차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본격적으로 야생수제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20년째인 류씨는 아직도 자신은 차맛을 모른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차맛을 내기위해 그는 차를 만드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그는 “아직 차맛을 모르지만 다만 무엇이 차맛아닌 것인지는 안다. 따라서 차를 만들때 그 차 맛이 아닌것을 제거할 뿐이다”고 설명한다.

고급 다기와 차 도구로 차맛을 치장하면서 자신만이 진정한 차맛을 안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부 호사스런 다인들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밥먹듯이 차먹는 일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라면 차생활은 좀 더 소박하게 편하게 즐길 필요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그래서 차먹듯이 밥먹는다고해 '다반사'(茶飯事)라고 했지 않는가.

류씨가 시장에 내 놓은 진벽차를 먹어 본 다인(茶人)들은 한결같이 차의 맛과 향을 잊지 못한다. 구수한 숭늉 같으면서 담백하고 깔금한 맛을 지닌 진벽차는 농약을 치지 않는 야생차밭에서 일일이 손으로 덖고 비벼만든 수제차지만 가격 또한 저렴해 쉽게 차맛을 볼 수 있다.

일부 고급 전통수제차 장인들이 특급호텔 등에 한 해 수확량을 모두 납품해 '확실한 장사'를 하는 것과 달리 그는 누구나 차를 쉽게 접하고 즐길수 있도록 하기위해 독점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92년부터 야생수제차 '진벽' 출시
담백하고 구수한 맛 일품
형식에 얽매인 전통 제다방식 경계


지난 해 선암사 지허스님으로부터 촉발된 ‘전통차 논쟁’에 대해서도 제다인들의 '배타성'을 그는 지적한다. 한마디로 “내차가 아니라 우리차라는 인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무엇이 좋은 차라고 단정하지 말고 “끊임없이 진정한 맛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의 제다인들이 소위 ‘구중구포’(아홉번 덖고 아홉 번 말리는 일)에 치중하다보면 아홉만 생각할 수 있다며 전통적인 제다방식이 형식에 구애받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차는 솥에 많이 안들어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 류씨의 제다철학이다. 단 한번에 골고루 안과 밖을 익혀야하지만 완벽하게 안익혀지기 때문에 두번 ,세번익히는 것이지 꼭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말려야 좋은 차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숫자에 개의치 않고 단 한번에 골고루 덖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류씨는 기존의 전통수제차 제다방식의 이론을 뒤집는 '이단아'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맛을 추구하기위해 노력하는 자유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매주 수요일이면 여수다인들에게 ‘유식학(唯識學)’을 함께 공부하는 류씨는 “배우기위해 가르친다”는 말도 덧붙였다. 류씨의 진벽차는 여수시 소방서 뒤편의 ‘햇살가득한 집’(061-684-3135)에서 구할 수 있다.

김석훈 기자
scoop@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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