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대계를 생각하자
교육백년대계를 생각하자
  • 김석훈 기자
  • 승인 2004.09.1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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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 <편집국장>

"일년을 내다보면서 곡식을 심고, 십 년을 내다보면서 나무를 심고, 백년을 내다보면서 인재를 양성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먼 앞날을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임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여수지역 무선초등학교와 신기초등학교에서의 '방과 후 특기 적성수업비 횡령'사실은 금액이 얼마건, 누구누구가 관련됐건 간에 우리에게 많은 부끄러움을 주고 있다.

특히 사건발생 후 경찰의 수사와 여수교육청의 감사가 실시되자 이의 회피를 위해 급급한 교육계의 모습은 우리 교육현실의 암울함마저 던져주고 있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 가운데 일부분인 컴퓨터 수업에서 문제가 비롯되자 인근 초등학교들도 혹시 모를 집안 단속에 나서는 등 교육계 파장은 커지고 있다. 방과후 교육이 비단 컴퓨터뿐만이 아닌 여러 과목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무선초등학교와 신기초등학교는 기자회견과 사과문을 통해 '업체관리를 잘못해서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다. 사태가 확산되자 학교들은 적성교육을 담당했던 업체에게 횡령의 책임을 미루고 일부 관리 미비에 대한 책임만을 시인하고 있다.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한 학교당 수천만원의 수업료를 업체와 해당 강사가 알아서 횡령한 것이고 자신들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말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수개월동안 학교 안에서 버젓이 벌어 졌던 일을 알지 못했다는데 그 신빙성을 어디까지 둬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부 업자들의 설명처럼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들이 급기야 터지자 업체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이번 사태는 여수교육청의 관리감독 허술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여수 교육청은 특기·적성 교육을 위해 3억 6천여만원을 각 학교에 지원했다. 이 예산은 강사료 보전(2억 5000만원), 저소득층·실직자·보훈대상자 자녀 및 소년·소녀 가장의 수강비(8200만원)로 쓰여졌다.

여수교육청의 지원비와 학생들이 방과후특기적성 수업비로 내는 수강료를 모두 합치면 년간 20억원이라는 거액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학기별 1회 년 2회의 서면 보고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예산 집행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을 뿐 현장 확인 및 감독은 허술해 수억원의 지원금을 눈먼돈으로 만들었다.

업자들이 알아서 챙겨가도 아무도 알 수 없다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교육행정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진행중인 수사와 감사를 통해 수강료의 흐름과 쓰임새를 파악하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사건 후 모 학교 인사가 사건 무마를 위해 모 인사를 만난다는 소문처럼 무마하기 급급한 모습을 표현한 이야기 등은 정처 없는 뜬소문이길 바란다.
교육자의 양심을 일단 믿고 싶다.

어른들의 비양심과 부도덕이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은 채 오로지 눈앞에 이익에만 연연해 딴 주머니를 찰 생각을 했던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여수경찰도 이번 기회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지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다시는 교육계에 이 같은 비리가 자리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수사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모든 것이 면밀히 밝혀질 일이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켜보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 떳떳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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