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왜곡 구경만 할 것인가
중국의 역사왜곡 구경만 할 것인가
  • 정정수
  • 승인 2004.09.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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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수 <발행인>
일본에 30년동안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히라또 요시끼라는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있다. 그가 작년에 ‘미국의 국제전략을 모르는 일본인’ 이라는 책을 한 권 썼다. 그 안에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헨리 키신저는 중국 민족의 DNA가 변하지 않는다면 금세기 안에 중국은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그 말대로 민족마다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DNA는 개인의 세포줄기이지만 개인들이 모여서 오랜 세월동안 함께 지내면 민족의 DNA도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중국민족에게도 그들 특유의 DNA가 있다. 중국의 변하지 않는 DNA는 중화사상이다.

중국 사람은 4천년전부터 자기들을 세계의 중심인 중화라고 생각했다. 티벳, 조선, 일본은 속방일 뿐이다. 그 생각이 변치 않는다면 미국과의 전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럴듯한 가상이다.

우리는 일제치하를 굉장히 억울하게 생각한다. 물론 일제치하 36년도 지워버리고 싶은 세월이다. 그러나 더 분한 것은 중국지배 천년이다. 이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중국이 이제 고구려사를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회과학원, 동북 3성과 함께 고구려 유적을 정비하고 재해석하는 ‘동북공정’을 착착 진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관영언론의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가 한국사(史)에서 고구려를 삭제하더니, 고구려 유적지를 온통 대외적 진열장으로 꾸며놓은 것이다.

중국정부가 30년 내지 40년 후의 중국을 바라보고 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는 원유개발이고 두 번째로는 동북공정이다.

동북공정은 고구려의 역사가 조선의 역사가 아니고 중국의 역사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동북공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발해를 중국역사라고 하면서 흑룡강성 발해가 있던 자리에 발해성을 다시 짓는다. 규모가 자금성의 네 배다.

왜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4년치 예산을 들여서 궁터를 짓는가?? 중국정부가 내일의 중국을 고려한 국민의식개혁이다. 중국에는 54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들이 장차 독립을 하겠다고 나서면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소수민족 거주지중 제일 크고 넓은 곳은 신강성이고 그곳에선 석유가 난다. 이것은 대단한 자산이다.
대부분 위구르족이 살며 낮 최고 온도가 섭씨 41도다. 만일 신강성의 위구르족이 독립하겠다고 투쟁하기 시작하면 큰일이다.

그러나 더운 곳에 사는 민족은 조직적이지 못하다. 중국 54개 민족중에서 가장 조직적인 민족은 조선족이다. 옛날부터 공부를 많이 했고 요즘은 대한민국과 왕래가 잦아지는 통에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조선족은 3.1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 독립선언서를 만들어 만세를 부르는 등 저항할 줄도 안다. 조선족이 독립을 원할 경우 들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족을 떼어주면 신강성의 위구르족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일 똑똑한 조선의 역사를 자기네 것이라고 중학교때부터 교과서에 넣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이 동북공정이다. 이러한 스타일을 중화사상의 DNA라고 부른다.

한·중 양국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5개 구두 양해 사항’에 합의했다. 동북공정을 구두 양해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는 외교갈등의 봉합이지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은 우리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독립기념관이 8월 13일 열었던 심포지엄에서 신용하 백범학술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중국의 역사 전쟁 도전에 우리가 고대사 학자들만이 대응해서는 미흡하다면서 학제적 연구를 촉구했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은 고대사학자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준엽 전 고대 총장처럼 중국학계를 잘 아는 원로 인사들과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 논리적인 반박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국제정치학자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의 한국사 왜곡으로 부상한 쟁점들은 역사학계나 정신문화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독립기념관에서 이미 정리했어야 할 과제들이다. 예견된 도전에 미리 대응 못하고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관련 연구소를 급조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방어에 급급한 한심한 사태의 반복은 반성해야한다.

우리 교육의 현실 또한 한심하다. 초등학교엔 국사가 없고 중1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2학년부터 고1까진 국사과목은 있지만 교과서 집필자가 운동권학자들이어서 뒷부분 반은 민주화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2부턴 선택과목이라 국사를 고르지 않으면 그 뿐이다.

이런 상태로 10년이나 20년이 지나가면 국사를 모르는 대통령이 국사를 한줄도 배우지 않은 장관들을 모아놓고 국무회의를 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국가의 정체성이 뭐냐 하는 것을 논의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은 우리가 대충 넘어갈 때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한 자세로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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