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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미소는 이런 것
승자의 미소는 이런 것
  • 김석훈 기자
  • 승인 2004.09.06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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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 <편집국장>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축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역사의 순간에 서기 위해 각국의 선수들은 4년 동안 뼈가 아리도록 고통스런 훈련을 거듭한다.

얼마 전 끝난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은 108년 전 첫 개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올림픽은 전 지구촌인이 모여 평화의 함성과 각 나라의 진정한 스포츠맨쉽을 겨루는 장이 됐다.
그러나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경기 도중 결코 있어서는 안될 끔찍한 일이 벌어져 지켜보던 세계인들을 경악케했다.

30킬로미터 후반정도까지 줄 곳 선두로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선수가 37km 지점에서 어떤 나라의 전통 복장을 입은 관중에게 습격 당해 도로 밖으로 나뒹굴어졌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뛰던 마라톤 선수에겐 피습은 야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까지 유지하던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등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순 찡그렸던 인상과 몸을 추스르고 다시 도로에 몸을 실었다.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은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2시간 째 달리고 있을 40km지점. 한참 거리를 두고 뒤따라오던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발디니 선수에게 리마는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리마는 재 역전을 하지 못했고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발디니가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발디니는 42.195㎞ 레이스에서 2시간10분54초에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리마는 뒤따라오던 미국선수에게도 추월 당해 3위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
자칫 오명으로 얼룩질 뻔한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경기였지만 이후 이어지는 감동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의의 피습을 당해 승자의 자리를 내준 리마는 3위로 들어오면서도 관중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팔을 벌리며 비행기 모습으로 완주의 기쁨까지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관중들을 향해 키스 세레머니를 퍼부으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올림픽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리마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까지 줬다. 진정 승자의 모습이었다.

37km 지점의 습격 때문에 자칫 오점으로 얼룩진 올림픽을 미소 띤 리마 선수의 마지막 골인모습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함과 감동을 주는 일이었다.

4년 동안 오직 우승을 위해 준비해온, 아니 평생을 준비해왔을 올림픽 금메달을 한 스토커의 피습과 그에 따른 선두 이탈,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지나 않을까 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애타는 심정과 분노,이 모든게 통한의 눈물로 흘러내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간적으로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갈 정도로 차분함과 미소를 보여 줬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LG칼텍스 정유 노조의 파업과 노사 갈등, LG석유화학 폭발과 산단안전문제에 관한 시민불안, SOC지원금 삭감, 지역경기 침체, KBS여수방송국의 순천이전 등 미소지을 일 없는 암울함만 거듭되고 있다.

또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권에 혈안이돼 아웅다웅 다투고 범법행위를 제 마음대로 저지르는 모습이야말로 희망 없는 일이 아닌가.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그에 따른 올림픽정신마저도 퇴색되어 가는 요즘 리마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행동을 보여줬다.

마라톤 완주의 고통도 잊은 채 양팔을 벌리고 해맑은 미소를 띤 리마는 기억 속에 진정한 챔피언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도 올림픽영웅 리마의 미소를 잊지 말고 넓고 자상한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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