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맺어준 인연
하느님이 맺어준 인연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08.3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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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남편, 선천성 정신지체 아내의 소박한 사랑이야기
우리보다 못한 사람도 많은데 '한달 생활비 38만원도 감사'
심근경색으로 사회 활동을 중단한 '민이 신랑(47)', 선천성 소아마비, 백내장, 간질을 가지고 평생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민이네(40)'라는 호칭은 만흥동 마래터널 앞에서 사는 한 부부를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호칭이다.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문제로 갈라서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398쌍 꼴로 이혼율이 OECD 회원국 중 2위인 대한민국. 매일 결혼하는 쌍 절반 가까이 이혼을 하는 오명을 가진지 오래인 요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살아가는 부부의 사랑이 주변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민이네'는 기초수급생활대상자와 장애연금이 전부인 한달 생계비 38만원. 쌀은 동사무소에서 제공해주고 이웃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비인가 무의탁 노인복지설 '에리고의집'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민이 신랑'은 심근경색으로 앓기 전까지는 막노동판에서 목수로 일을 했다. 혼자 몸으로 막노동판에서 매일 술과 담배로 몸이 망가지는 줄 모르고 폐인처럼 하루 하루를 보내고.

몇 년 전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수에 친구 만나러와 에리고의 집 원장수녀(당시 장세실리아) 도움으로 5년 전 여수에 정착 한 민이네.

'민이네'는 선천성 복합장애로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장애의 몸으로 세상에 단신으로 남겨져 때론 노숙자로 생활하며 떠돌다 여수로 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 가족 없이 혼자 남겨진 것, 얼굴에 항상 미소를 띄고 살아간다는 것, 서로 부족하지만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신들 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2000년 겨울 우연히 만나 '커피 한잔'이 시발점이 돼 부부의 연을 맺었다. 터미널 인근 인력대기소에서 일을 나기지 못해 하루를 공치고 막걸리 한잔 걸친 민이 신랑.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이 인력대기소에 간 민이네.

민이 신랑이 커피 한잔 뽑아주고 대화를 하다 보니 그들은 처지가 같아 서로 호감을 갖고 몇 번을 만났다. 어느 날 민이네가 "술 담배로 몸 그만 망가트리고 서로 부족하지만 같이 가정을 이루며 살자"는 제안으로 식을 올리지 못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 부부는 5년전 그 때를 부끄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회상하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하느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현재 이들 부부는 에리고의 집 아래 있는 마래산 기도원 원장님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해 그곳에 잡일을 도우며 살고 있다. 둘 다 몸이 불편해 한사람이 없으면 서로가 불편하다고 한다. 어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처럼 말이다.

민이네가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어 의사의 조언을 듣고 자녀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자식들이 자신들처럼 세상을 부족하고 불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 알콩달콩 살고 싶은 것이 이들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작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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