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LG정유파업이 남긴 교훈
[시론]LG정유파업이 남긴 교훈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8.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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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 <여수경실련 사무국장>
“10년 만 에 찾아온 폭염처럼 힘겨운 여름이었습니다.
파업현장에서 지친 내 이웃의 처진 어깨를 보기에 힘겨웠고, 아무리 불러대도 대답 없는 또 다른 내 이웃의 답답함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아파야 했던 더 많은 이웃의 한숨소리에 힘겨웠고, 그걸 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올 여름 LG정유 노조의 파업을 지켜보며 아마도 지역에 있는 많은 이들의 느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논외로 치더라도, 파업 때문에 고통 당해야 했던 가족들과 그에 매여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들의 힘겨움만으로도 파업은 지역사회에 대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해법도 해결창구도 갖지 못한 지역의 입장에선 어찌보면 파업의 당사자인 노와 사 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겉으로는 파업이 끝난 것 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파업과 관련한 여러문제들이 아직도 잔존하기에 이런 고통은 아직도 지역에 남아있는 아픔일 수 밖에 없다.

‘파업’은 분명 노사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더 많은 이들의 손실을 고려할 때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쟁의행위에 이르기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한 노?사 양측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각을 거둘 수 없다.

직권중재라는 칼자루를 쥐고 협상에 성실하지 못하였으며, 중재를 위한 여러 노력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독선적인 회사의 태도는 물론이거니와 파업의 명확한 명분에 대해 설득해 내지 못했던 노조의 안일함과 쟁의과정에서 보여진 미숙함 또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노릇이다.

거기에 소위 보수언론들의 악의적인 덧칠하기까지 겹쳐 올 여름 파업은 독단과 왜곡의 극치를 보여주는 현장이라 평가해도 될 듯 하다.

지난 37년간 여수국가산단의 존재로 인해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등 여수지역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이윤창출에만 급급했지 지역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오히려 산업단지라는 보호막에 둘러싸여 개별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더 크다. 이번 파업과정에서 보여진 LG정유의 태도 또한 이런 모습과 다르지 않다.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불 보듯 뻔한데도 불구하고 ‘직권중재’라는 보호막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합리적인 처신이 아니다.

더구나 파업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부문을 망라한 지역의 노력에도 마이동풍으로 일관한 것은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 결국 회사 스스로 지역의 공동체임을 부인하는 꼴이니 누군들 회사의 입장을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거기에?‘귀족노동자의 파업’이란 보수언론의 감성적 덧칠을 포함한 노조활동과 노동자들에 대한 왜곡과 곡해를 만들어 갔던 과정 또한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 부인할 수도 없을 터이니 이래저래 지역을 ‘어렵게’ 만드는 일에 LG정유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올해 주요한 파업의 이슈에 대한 노조의 지역에 관한 일방적인 태도, 관련 이슈가 LG정유 단일회사에서 다루어질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동투쟁을 외쳤던 타 회사노조들의 ‘탈루’와 관련한 비판의 여지는 분명하게 남아있지만 그 책임은 총괄적으로 ‘LG칼텍스정유’가 져야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지역과 노,사 모두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지역으로부터 신뢰와 애정을 잃는 상처를 입었으며 지역은 의도하지 않은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드러나지 않는 병보다는 밖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치유하기 쉬운 법이다. 올 여름 파업을 통해 잃은 것이 그런 상처라면 또한 얻은 것도 상처다.

이미 상처는 밖으로 드러났으니 이제 치유하는 일만 남았다. 필자는 그 상처의 치유를 LG정유가 지역의 일원으로 천착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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