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포구였던 ‘한 개’가 대포리로
일제의 고뢰농장이 간척지로 조성
큰 포구였던 ‘한 개’가 대포리로
일제의 고뢰농장이 간척지로 조성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8.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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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
율촌의 신풍마을과 경계를 이룬 대포리 3구에는 장전, 노촌, 마전이란 마을이 있다.

가장 북쪽 마을인 마전마을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마전마을에 원(阮)이 있었고 질갓돔에는 주막이 있어서 오가는 길손들이 쉬어가는 곳이었다고 전해온다.

조선시대 이 마을과 가까운 율촌 신산리에 있었던 성생원(星省院) 역원의 말들에게 먹이던 풀밭이 이 마을이었던 모양이다.

말밭 마전마을 남쪽의 노촌마을은 길가에 마을이 들어서게 되어 질갓돔이라고 부르던 마을 이름을 한문으로 뜻 옮김 하여 노촌(路村) 마을이라고 하였다. 최근 신풍에 비행장이 만들어지고 확장되면서 신풍 마을의 이주민들이 이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어 마을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되었다.

장전마을은 마을 앞 너른 들이 온통 밭이었기에 <진 밭>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자로 옷을 입혀 장전(長田)이라 하였다. 특히 이 들녘은 대대로 목화재배의 주산지로 일제시대에는 이 곳 목화가 공출의 대상이 되어 많은 수탈의 아픔을 겪기도 하였단다.

지금은 목화는 사라졌지만 시설원예가 발달되어 비닐하우스가 ‘진 밭’을 대신하고 있다. 마을에 전해지는 땅이름으로 <윗갬실>마을과 이어지는 산길이 하루가 걸리는 긴 길이라 하여 <하루곡>이라하고 마을에 있었던 서당 소유의 산은 <서재까끔>, 큰 종이 발견되었다는 <절터>등의 이름이 전해온다.

장전 마을에는 마을의 자랑거리로 ‘완월당’이란 서당 터가 전해 오는데 이 서당은 조선시대 후기에 이 지방 선비를 길러내던 명문서당으로 서당을 세웠던 완월당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 지었으며 완월당 선생의 선조는 미 마을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우리지방 유일의 선무1등공신 이었으며 난중일기에도 공의 죽음을 슬퍼한 충무공의 기록으로 유명한 황득중 장군이다.

대포 3구마을인 신기 마을은 따뜻한 샘물이 있었다는 온수등이라고 부르던 곳에 새 터를 잡아 마을을 이루게 되자 <새 터>를 한자로 고쳐 ‘신기(新基)’마을로 부르게 되었다.

대포2구에는 ‘구족도’와 ‘남해촌’, ‘가마등’과 ‘이상촌’ 마을이 있다. 구족도 마을은 간척지가 들어서기 전 마을이 해안으로 개의 꼬리모양으로 늘어서있어 ‘개꼬랑지’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곳을 구족도라 하여 마을이름을 개명하였다.

남해촌 마을은 대포들을 간척지로 만들면서 가까운 경남 남해군에서 간척공사를 위해 왔던 사람들이 공사가 완공된 후에도 그대로 남아서 마을을 이루게 되자 남해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가마등은 산허리를 돌아가는 곳에 붙는 지명으로 여러 마을에서 나타나는 땅이름인데 이러한 지형에 마을이 들어서자 마을 이름이 가마등이 되었다. 마을 이름의 유래로 신라시대 어떤 왕이 마을 앞을 가마를 타고 지나간 후에 가마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상촌은 애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우들이 병을 치료한 후 이곳으로 이주해와 마을을 이룬 곳으로 새로운 이상향의 의미가 있는 마을 이름으로 이상촌이라 하였다.

대포마을은 본래 '한개'라고 부르던 큰 포구가 있었던 마을로서 1925년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운영하던 고뢰농장에 의해서 화양면 백초와 소라면 가사리 사이의 걸망개와 함께 간척지로 조성된 곳으로, 큰 ‘대(大)'와 '개 포(浦)'자를 써서 대포라 부르게 되었다.

본래의 마을의 위치는 지금 저수지의 안쪽으로 대포들의 완공으로 많은 량의 농업용수가 필요하게 되자 마을을 이주시키고 대포저수지를 막아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마을이 있던 부근은 원대포 마을로 부르고 있다.

대포 마을 뒷산에는 철죽골이란 골짜기 이름이 전해오는데 본래는 첫 번째 골짜기 ’?지골‘이 일제시대 지도를 제작하면서 발음이 비슷한 ’철죽골‘이라 표기하여 그 의미가 바뀌어버린 땅이름 표기의 재미있는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이름이다. 이 밖에도 마을에는 진버듬, 용수들, 범바구, 밭골 등 재미있는 땅이름들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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