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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동동다리] 고두리 영감과 오도리 영감
[아으동동다리] 고두리 영감과 오도리 영감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8.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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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면에서는 매년 음력 4월 15일마다 어김없이 고두리 염감제행, 풍어제, 용왕제, 거북제 네 가지 행사를 하루에 치르고 있다.

처음에는 거문도, 동도, 서도에서 마을별로 따로따로 지내 오다가 얼마 전부터는 수협이 주관해 합제 형태로 행한다. 이 날은 매구도 치고, 뱃노래시연도 하며 선상 퍼레이드도 한다. 삼산면 사람들의 신나는 축제인 것이다.

옛날, 덕촌리에 흉어가 들어 주민들이 어렵게 살아가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뜻을 모아 정성스럽게 용왕제를 지냈다. 그랬더니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다음 날, 폭풍우가 멎은 뒤 큰 바위 하나가 마을 앞 바다 위로 둥둥 떠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이 이 바위를 보낸 것으로 믿고 제사까지 지냈다. 그 해부터 고등어가 많이 잡혀 주민들은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돌은 고두리 영감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옛날, 5척 단구의 한 청년이 죽촌 마을 앞 해안에 다 죽어간 채로 표류해 왔다. 두렵기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정성을 다해 간호했고 그 덕으로 청년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살아나서는 자신을 오도리라 소개하며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오도리는 장사였다. 힘이 든 마을일은 혼자서 도맡아 했다. 마을 앞다리도 집채만한 돌을 혼자 들어서 만들어 놓았다.

왜구들이 이 마을을 노략질했을 때는 맨손으로 싸워 적의 무릎을 꿇게 하였으며, 그들이 싣고 온 금품까지 빼앗아 동네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까지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정중하게 대접했고 그런 뜻에서 오도리 영감이라 불렀다.

해방직후, 거북이 한 마리가 상처를 입은 채 가짐(변촌) 해안으로 간신히 올라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거북이가 가엾기도 했지만 안주 삼아 잡아먹어 버렸다. 그런 뒤 얼마 못 가서 마을에 변고가 생겼다.

고기가 잡히지 않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때야 용왕의 사자인 거북이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며 서둘러 이를 달래는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구 후부터 갈치가 아주 잘 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도두리는 한자어 '고도어(古刀魚) 혹은 고도어(高刀漁)'에서 온 말로, 「동언교략(東言巧略)」을 보면 '고동어(高同魚)'와 같은 뜻으로 적고 있다. 고두리는 고등어인 것이다.

또, 오도리는 일본식 한자어 '약어(躍魚)' 또는 '용어(踊魚)'의 취음으로 새우를 뜻한다. 그러니 거문도 인근 주민들은 일찍이 고등어, 새우, 갈치 등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기 전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용왕제나 풍어제는 옛 기층민의 신앙과 다름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런 마을 공동 행사를 통해 마을의 번영과 주민의 무사 태평과 해상 안전을 빌었고 고기가 많이 잡히길 기원했다. 공동체 의식에만 관심이 컸지 이기주의는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비현실적이며 미신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이제는 이런 행사가 지역의 문화 축제로 살아나고 있다.

거문도 사람들도 이 날은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고 한편으로는 잠시 고단한 삶을 벗어나 여유 있는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고등어와 새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품 갈치회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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