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전국시대, 그러나…
싸이월드 전국시대, 그러나…
  • 민명기
  • 승인 2004.08.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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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아이템 선두다툼…일단 싸이월드 勝

2000년 11월 네오위즈의 채팅사이트 세이클럽 www.sayclub.com에서 처음 선보인 종이인형 놀이 짓 같은, 한낱 인형 옷 갈아 입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아바타 서비스가 이런 돌풍을 일으키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바타를 2001년 히트상품 8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월드는 어떤가.
‘도토리’ 라는 사이버 아이템으로 네오위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이르렀고, 인터넷 서비스 업계 1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업계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인터넷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인 포털 사이트의 절대강자로서 워낙 막강한 지위를 누렸기 때문이다.

한겨레 과학부 김수병 기자는 “다음이 결심하면 포털 사이트의 새로운 흐름이 결정되기도 했다” 면서 “어느 순간 흔들림 없는 다음의 왕좌에 상처가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음은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고 지적한다.

NHN의 네이버가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라는 자극적인 카페 광고로 치고 나올 때만 해도 견딜 만했다. 문제는 뜻밖의 복병, 거대 포털 사이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것 같던 다크호스 SK커뮤니케이션즈의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이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경쟁사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하루 '도토리' 판매액 최고기록은 2억3천만원 어치로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조만간 하루 평균 도토리 판매 2억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싸이월드의 도토리 판매량(일일 1억5천만원 기준)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450억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인터넷 기업 NHN의 작년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니홈피를 관리하고 미니룸을 꾸미는 행위를 일컫는 ‘싸이질’이 새로운 동사로 쓰이면서 도토리 구매는 일상사가 됐다. 사이버 아이템 시장의 선두주자 겪으로 업계를 주름잡던 네오위즈는 세이클럽의 매출이 지난해 2분기 86억8천만원을 정점으로 올 1분기 66억원, 2분기 52억원으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9.5%나 줄었다. 이쯤 되면 싸이월드의 돌풍에 회원 성향도 비슷한 네오위즈 역풍을 맞은 셈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합병한 게 1년 전의 일이다. 이전까지 싸이월드는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었다. 그나마 1980년대 유공을, 1990년대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수완을 보인 SK가 유•무선 통합 서비스의 발판을 삼으려 싸이월드를 인수해 개인 미디어의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뭔가 허전하다. 개인 미디어 서비스의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1년 동안 통합 전의 컨텐츠와 서비스를 뛰어넘는 질적인 발전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엑스뉴스(www.xnews.co.kr) 김현기 사장은 “브랜드의 힘만 믿다가 끝없는 추락세에 있는 야후코리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충고한다.

* 민명기씨는 IT 전략기획자로 웹진 더럽지(therob)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주간동아에 칼럼을 쓰고 있는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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