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결혼한지 20년 ‘옹기’통해 전통문화 계승 구슬땀
흙과 결혼한지 20년 ‘옹기’통해 전통문화 계승 구슬땀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08.1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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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장인 ⑥ 도예공 변정옥(43)씨
   
“우리 옛것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옹기를 재인식하고 이를 현대 감각화시켜 생활과 공간에 사용할 수 있게 표현하며, 우리의 정서와 감정에 맞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여수에서 활동 중인 도공 변정옥씨(여,43)는 자신이 옹기를 작품 대상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를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옹기 물동이 제작에 관한 연구’에서 이같이 밝히고 있다.

조형미와 예술미를 고루 갖춘 옹기를 통해 그녀는 편안함과 넉넉함을 담아내는 ‘옹기장인’이다. 아직 미혼인 그녀가 옹기와 씨름한 지도 벌써 20여 년. 하지만 그녀는 “세월만 죽였지만 여수를 떠날 수 없었다”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평가절하한다.

그녀의 옹기엔 인생의 허무와 희망이 교차한다. ‘닫혀버린 새장’, ‘지나가버린 세월’, ‘우리집 뒷산’, ‘날개’, ‘숲속 이야기’, ‘사람+새’ 등 작품명에서 그녀의 내밀한 생각을 엿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도예작가와 달리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 넣어 고향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녀는 “흙을 대하면서 여러 종류의 작업을 통해 많은 형태의 다양함 속에 변화를 느끼지만 항아리의 소박함과 넉넉함에 평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옹기는 어쩌면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인간 본성을 자연의 흙을 통해 그대로 표현한 ‘옹기’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김장독, 장독, 물병 모두 플라스틱과 전기로 대체된 지 오래다.
‘숨쉬는 옹기’가 탄생하기까지 1000도 가까운 고온의 가스가마와 10여 일을 홀로 싸워야 한다.

주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제작을 가르치는 그녀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 우리의 전통 장작가마의 설치다. 교육과 관광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장작가마’를 여수시가 정책적으로 마련해야한다는 것.
옹기장이라면 누구나 옹기를 제작할 수 있는 시설에서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해 보는 것일 것이다.

제토, 성형, 건조, 시유(지문-옛 문양), 소성과정을 거치는 옹기는 물레를 사용하여 쳇바퀴 타렴식 방법으로 코일대신 긴 판상을 만들어 쌓은 후 부채질을 거쳐서 기물을 만드는 기법을 선조들은 사용했다.

이와함께 소지의 선택은 옹기점토에 산성점토를 7:3비율로 조합한 점토를 사용하고 유약은 전통적 옹기의 빛깔을 위해 순수한 재와 약토 등으로 조합해 시유하고 옹기의 지문을 재구성하여 현대적 미감에 맞도록 표현, 섭씨 1200-1230도로 소성했다.

인근 순천시뿐만 아니라 이천의 경우 장작가마 하나로 얻는 문화적 부가가치는 상당하다. ‘문화가 활성화되면 사람이 모이고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면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단순한 원리가 무관심과 무지로 인해 접근조차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남도문화재위원회는 올 초 강진군 칠량면에서 전통 옹기 제작의 맥을 잇는 정윤석 옹기장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강진군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수시가 정책적으로 유.무형 문화재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늘려가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옛 것을 현대적 미감에 맞도록 연구,제작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옹기를 개발하려는 옹기장 변씨는 “이제는 더 이상 세월을 죽이지 않겠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정송호 기자
yeosuman@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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