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꽃사슴, 식물 멸종 불러 올 수도
[독자칼럼] 꽃사슴, 식물 멸종 불러 올 수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8.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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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중박사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시민의모임 남부위원장>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금오도는 주민 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산림이 울창하고 계곡수와 용천수가 풍부한 섬이다.

6월 꽃사슴 20마리를 금오도에 방사하면서 여수시의 한 관계자는 “금오도는 예로부터 관가 포수가 사슴을 포획해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유래가 전해오는 곳”이라며 “빼어난 경치와 사슴이 뛰노는 모습이 어우러져 관광객 유치가 활기를 띨 전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립공원인 금오도에 꽃사슴을 방사하면서 금오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꽃사슴은 식욕이 왕성해 방사지역 야생식물의 멸종과 고사, 사슴무리의 이동과 배설 등으로 토양과 수질 오염을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는 고려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미국의 과학자들은 사슴이 미국 동북부에 남아 있는 천연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뉴욕에 있는 시라큐스대학(Syracuse Univ.)의 David Augustine과 세인트폴 (St. Paul)에 있는 미네소타대학 (Univ. Minnesota)의 Lee Frelich는 미네소타 남동부 낙엽 ‘빅우드’산림의 오래된 생육 조각에서 사슴이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 후, 사슴 집단이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오래된 생육산림조작에서 어떤 식물을 멸종시킬 정도로 먹어치울 수 있다고 보존생물학지 (Conservation Biology)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빅우드’산림은 한때 3,000 평방마일 이상의 연속산림으로 덮여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남아 있는 것이라곤 12평방 마일 이내의 조각 산림으로 찢겨졌을 정도로 산림이 황폐해갔지만 남동 미네소타의 사슴 집단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하였다고 한다.

Augustine은 사슴이 동부 북미의 남아 있는 자연생태계를 바꾸어놓고 있다고 말한다.
사슴이 산림 식물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서 Augustien과 Frelich는 사슴이 좋아하는 커다란 흰 꽃을 가진 하층식물인 연령초속 식물을 조사하였다.

사슴은 꽃을 피울 정도로 충분히 큰 연령초 식물을 거의 4분의 3까지 먹어치웠으며, 170여 종의 식물을 먹어치우는 사슴을 그대로 둔다면 식물을 멸종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Augustine은 남아 있는 자연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슴 집단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개발 사업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지구촌의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물자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생물자원의 경제적 이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20세기 초부터 전 세계의 생물자원에 대한 기초조사와 표본 확보를 해 오고 있으며 보호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금오도 꽃사슴 방사는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Augustine의 주장처럼 국립공원 지역인 금오도의 자연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방사했던 꽃사슴을 빠른 시일 내에 잡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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