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기자들의 서글픔
지역신문 기자들의 서글픔
  • 서선택 기자
  • 승인 2004.08.0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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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택
여수의 미래를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고자 남해안신문을 만든지도 어느덧 4 개월 지났다. 지역신문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역신문의 존재가치를 새삼스럽게 말한다는 것에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방분권, 참여자치 그리고 여수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언론이 바로서야 한다는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해안신문은 창간초기부터 진남체육공원, 거문도 담수화시설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최근 산단 이주마을 위장전입으로 부당한 이주보상비를 받았다 돌려준 일부 공직자들을 고발했다.

이같은 과정에서의 기자들이 갖는 정신적 고통이 바로 지면을 통해 용해돼 흘러나오게 된다.
흔히들 언론을 두고 '사회적 공기'라는 사명을 띠고 일해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언론사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더욱이 물질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지역신문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역에서의 기자생활은 혈연과 지연으로 얽힌 인간관계를 끊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필자 역시 수년동안 일해오면서 형님, 동생하며 지내는 공직자를 고발해 실직자를 만들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어쩌다 펜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고개를 돌리고 지나는 아픔도 겪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료기자들에게도 총부리를 겨누고 쏘아 대는 일도 허다하다.??

결국 친구도 친인척도 없는 무색무취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외로운 길을 걷게 된다. 오직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며 혼자 길을 떠나야하는 측은한 사람들이 바로 기자가 아닌가 싶다.

특히 좁은 지역에서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특별한 사명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통은 더욱 심하다.
옛말에 '빰 맞고 기분 좋아 할 사람 없고, 빵 얻어먹고 고마워 하지 않을 사람 없다'고 했듯이 홍보기사를 쓰는 것보다 지적 고발기사를 쓰는 것은 살점을 때어내는 아픔 그 자체다.

오랜 기자생활을 해온 선배기자들은 이를 두고 무리를 이탈한 '외로운 늑대다'고 표현하곤 한다.
필자 역시 많은 선후배로부터 "지역에서 덕을 쌓아야 한다"는 충고를 자주 듣곤 한다.

흔히들 기자라는 직업적 사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형님, 아우 선,후배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관계는 쉽게 깨진다.
그래도 사건현장에 뛰어들면 기자는 '개인은 없다 오직 대중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을 실감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있었던 특종을 쫓던 기자의 에피소드가 있다.
점심을 허겁 지겁 먹고 출입처의 마당에 들어섰는데 군용차량에 동료기자들이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어 죽기살기로 달려가 차에 올라타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중앙정보부 취조실이어서 특종은 고사하고 매만 맞았다는 실화도 있다.

그 기자는 혹여나 자신만 중요사한을 쓰지 못할까봐(낙종)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차량을 탔던 것이다. 그만큼 뉴스를 밥보다 더 중요하게 느끼는 것이 기자들이다. 아마 지뢰 속에 뉴스가 있다면 기자는 압력 뿔(뇌관)을 건드릴 것이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기자에게는 특별한 사명감이 온몸에 흐른다.
그러나 지역신문에서 활동하는 기자에게는 말못할 고통은 또 있다. 중앙지와 방송기자는 엘리트로 취급받는 반면 지역신문기자는 정보지 기자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취재 현장에서 대학은 어디 나왔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한다.

그때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데도 개인감정이 기사에 스며드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치인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자신의 정적을 흠집내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은근히 흘리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할 때는 "특정인에게 매수되어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 대곤한다.

마치 지역신문기자는 돈에 팔려 다닌다는 식의 악성여론을 조장,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툭하면 고소고발도 지역신문이 겪어야 할 장애물이다.

기관을 상대로 하는 기사에서 중앙언론과 같이 쓰지 않으면 당하기 십상이다. 작은 신문은 고소해서 면피하겠다는 심리가 만연해 단어 한자를 두고 트집잡아 중재신청을 하기도 한다.

이제 지역신문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하고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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