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 소통
단절과 소통
  • 박상현 기자
  • 승인 2004.08.02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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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여수경실련 사무국장>
최근 POSCO에서 여수-광양간 고속도로에 대한 민자설치 지원서를 전라남도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 여수로의 진입로의 절대부족을 고민해 왔던 여수시민들의 입장에선 이 사업이 정부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좀더 일찍 여수로의 진입로를 개설한다는 입장에선 이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여수시민들은 국도 17호선 이외의 다른 진입로를 간절하게 바래왔던가? 아마도 그것은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반도지역의 특성상 육지로의 연결고리가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은 현실은 '만약에' 라는 가정 하에 지역민들에게 상당한 부담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열악한 도로환경과 높은 사고율 등은 그나마의 소통의 고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여수로의 새로운 진입도로에 대한 더 많은 갈증과 애착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여수산단 일부업체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지역민의 입장에선 또 한번 단절과 소통의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노사문제는 결국 노동자와 사용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입장에서 파업상황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우리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산단의 파업으로 인해 야기되는 지역경제와 관련된 문제 뿐 만 아니라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우리의 가족이기에 짐짓 남의 일로 치부할 수 가 없는 것이 아마도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노사 양측모두 지역을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외려 지역사회의 관심을 생뚱맞은 일로 보고나 있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지역의 입장에서 노조에게 지역사회관련 이슈에 관해 사전에 최소한의 협의를 구하는 것이 과한 요구일까? 지역의 입장에서 사측에 최대한 노동자들을 보호하며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주문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간섭일까? 그렇치 않다고 본다.

현실의 문제는 분명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고 있는 것이기에 지역은 여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그러한 관심이 장기적으로 노사의 문제와 지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합리적인 출발이라는 점만으로도 권장되고 강화되어야 할 틀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당장에 여수시민들 속에서도 노동조합과 회사 모두에 대한 억측이 많다.
귀족노동자니, 악덕고용주니 하는 용어들은 아마도 그런 오해와 불신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내 기억엔 이런 오해를 씻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서로에서 높디 높은 담장을 쌓아놓고 나서 간간히 넘어오는 루머성 소식만을 접하는 시민들로서야 더 많은 오해와 억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벽들은 과감히 헐어야 한다.

서로에게 더 이상 단절의 벽을 만들어선 안된다. 더 많은 공간과 시간속에서 서로의 흉금을 열어놓을 때 만이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가족이 될 수 있을 때 더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여수산단 노사와 지역의 문제 또한 여수지역의 진입로 문제와 같은 단절과 소통의 문제다.

여수지역이 더 많은 소통을 위해 다양한 접근로를 갈구하듯이 여수산단과 지역의 관계 또한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형태와 방식은 다양할 수 있을지언정,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이지 않는 소통의 기회는 자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이해와 협력을 끌어내는 노력이 지금 여수지역에는 가장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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