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신뢰’ 매듭부터 풀어라
노사간 ‘신뢰’ 매듭부터 풀어라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7.3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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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정유 사태 본질과 해법은…

   
▲ LG 정유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속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진 LG노조 홈페이지)
■ 언론 '구사대'로 이용 말아야
이번 LG정유 파업에서도 노조, 노조 가족들, 민중연대 등은 사측의 보도자료에 의존한 언론의 왜곡, 편파보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예년에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는 노조의 감정을 자극시키는 위험한 교훈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조는 RFCC(중질유분해공정) 공정 가동 중지에 대한 책임 공방을 놓고 사측이 언론을 통해 심리전을 펴고 있다며 ‘모 언론은 사측의 기관지’, "언론은 회사의 유언비어 창구다"고 강력 성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언론플레이는 단기간의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노사간의 신뢰를 깨는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소지가 높다.

■ 노사간 탄탄한‘신뢰’가 열쇠
이번 여수산단의 파업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뇌관은 사측이 노조를 바라보는 자세에 있다. 사측은 파업 자체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다만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노사협상에 임해야 한다.

회사도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고 노조도 시설물 점거와 폭행을 하지 않으면서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양자가 ‘페어플레이’를 해야한다는 것.

이같은 원칙과 달리 일부 산단사들이 노조의 쟁위 간섭과 지배로 노조 분열과 와해 공작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켜 노조의 감정을 사 왔다는데 있다.

‘world top' 경영 기치를 내세운 LG정유가 노무관리에 있어서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되새겨볼 대목이다.

LG정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사측 관리자가 노조원을? 상대로 악감정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노조는 노조대로? 파업 대오를 이탈한 노조원과 그 가족들을 ‘배신자’로 몰아 붙이는 살벌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 지역민들로부터 지탄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파업에 돌입했던 일부 회사들은 노조를 신뢰하고 파업을 인정하는 기본 자세를 유지한 결과 노조는 셧다운이 되기까지 필요한 안전조치를 위해 최대한 협력하는 공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 회사들은 LG정유의 공권력 투입 요청과 달리 전면 파업으로 조업 중단 사태를 맞았지만 공권력 투입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파업 이후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이라는 후유증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LG정유 노조는 사측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된 점을 활용하면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의 직권중재에 의존한 나머지 성실교섭을 회피하고 공권력 투입으로 파업을 해결 하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정유 사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 노조가 4차 협상때부터 일방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며 "노조의 성실교섭 회피 주장은 어불성설이다"고 맞받아 치면서 노조 주장을 일축했다.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파업은 하돼 조업중단은 금지되어 있어 노조는 단체행동권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이용한 협상으로 극단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LG정유 사측이 노조의 파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93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13차례나 권고를 받아 온 정부도 직권중재가 사측은 교섭을 해태하고 노조는 헌법이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와 파업 해결보다는 장기화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3일 중노위의 직권 중재 결정을 LG정유 사측은 대폭 수용의사를 밝힌 반면 노조는 사측이 직권중재만 믿고 노사간 자율교섭을 무시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에서도 일각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지난 18일 전면 파업 이후 직권중재 결정에도 불구, 실질적인 교섭을 갖지 않고 ‘힘겨루기’식의 전투 양상을 보이는 점은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하고 중노위의 직권중재가 불가능한 사업장들이 ‘성실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해 타결을 일궈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직권중재 폐단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여수산단의 필수공익사업장은 여수화력, 한국화약, LG정유, YNCC동력부문 등 모두 4곳이다.

산단사 관계자는 “공권력에 의존하거나 형사적인 고발로 파업을 해결하려는 자세는 구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과거 경험에서 쉽게 알 수 있다”며 “파업이후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은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파업 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해 일부 회사의 공권력 투입 요청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LG정유 사측은 산개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복귀명령을 내린 상태지만 복귀율은 26일 현재 파업 참여자 725명 가운데 104명이 복귀해 10%대를 약간 상회해 정상 가동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LG정유는 오는 28일 오전 8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2차 명령을 내린 상태다.

■ ‘법과 원칙’이 가장 중요
여수산단 노조들의 올 하투(夏鬪)는 단체교섭권에 들어 있는 임금 외에 지역발전기금조성, 비정규직 철폐, 임금삭감없는 주5일제 실시 등 단체교섭권에 포함될 수 없는 3대 공동요구안을 단체 교섭 테이블에 들고 나선 점이다.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 투쟁시 지역사회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사 왔던 점에 감안,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기위해 지역사회의 이슈를 민주노총화학섬유연맹에 위임해 임금인상 협상에 임했다. 대외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위한 투쟁이다’는 명분을 앞세운 것이다. 이같은 노조의 주장은 파업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현안과 이슈를 집단적으로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빠진 지역 여론은 쉽게 호응하기보다는 질책과 비난으로 파업을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사측은 임금문제와 주5일제 실시 외의 여타 안건은 교섭대상이 아닌 만큼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노사 양측은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산단노조가 지역발전기금 조성 등 3대 공동요구안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것으로 문제 제기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이 요구안을 하투에서 반드시 관철할려고 고집 하지 말고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 가면서 풀어간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비정규직 철폐와 지역발전기금조성은 산단 노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공동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지역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단 필수공익사업장 한 관계자는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며 “임금과 복지 등 교섭대상이 아닌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노사관계는 앞으로도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일 것이다”고 주장해 노조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 노사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공멸’
지난 18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LG정유 노조는 공권력 철수, 검찰 고소 취하 등 자율교섭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사측은 업무복귀부터 하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정부와 민주노총간의 싸움으로 확전돼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LG정유 여수공장장은 기자들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측이 ‘통큰 양보’를 할 뜻은 없냐”는 질문에 일관되게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 최악의 경우 대량해고까지 점쳐지고 있다.

사측은 전면파업이후 26일 현재 대체인력을 투입해 80%대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전체 제품 재고분도 12일분을 확보해 수급에 지장이 없는 상태를 보이면서 노조에 대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편 공권력 투입으로 공장을 빠져 나가 현재 전국 각지에서 산개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대정부 교섭을 추진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직권중재 결정과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LG정유는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쟁의가 있었지만 4차례는 모두 쟁의조정으로 원만한 타결을 맺은 바 있다.

이에대해 지역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LG정유 노사가 각각 성실교섭을 위한 최소한의 카드를 각자 내놓고 동일한 조건에서 원만한 타결을 일궈 낸 바스프사의 노사협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26일 “노조는 일단 공장으로 복귀하고 사측은 공권력 철수와 검찰 고소를 즉각 취하하는 일이 급선무다”며 "시프린스 사고로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 LG정유가 이번 파업으로 또 다시 지역사회에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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