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코리아텐더 이름은 잊었지만...
[발행인칼럼]코리아텐더 이름은 잊었지만...
  • 정정수
  • 승인 2004.07.1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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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수
같은 학교를 다녔거나 고향이 같은 사람들을 가장 빨리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고향 스포츠팀이다.

경기 열리는 날은 동창들을 모이게 하는 날이며 승리할 경우 축배를 들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연습장 시설이 부족할 경우 성금을 모으기도 하고 적자소문이 나면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고향사랑이다. 그래도 운영난을 벗어날 수 없다면 할 수없이 눈물로 보낸다.

여수시민들이 사랑하던 프로농구단 코리아텐더도 눈물로 떠나보낸 케이스다.
여수라는 이름을 떼고‘부산 깃발’을 올린 KTF에 팔려갈 때 여수시민의 아픔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커지면서 보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사랑했던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냉정해진다. 그들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사들인‘시민주’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시민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팀을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운영난의 팀이 해체당하지 않도록 사들인 액면갖5천원짜리 시민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시민주를 모아 새 팀을 구성할 수는 없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누구의 손에 있을까 궁금해진다.

시민주인만큼 시에서 보관하고 있거나 농구단체에 있겠거니 생각한다. 작으나마 그것이 팀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사랑했던 농구팀을 매각한 회사가 팔짱을 낀채 모른체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소리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시민주의 액수가 많고 적고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사랑하는 마음이 어찌 액수를 따지겠는가. 오직 마음에 달려있는 것 아닌가.

사랑했던 사람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줄 알았던 편지를 어느날 우연히 휴지통에서 발견했을 때 터져오르는 분노를 생각해보라.

코리아텐더에 보낸 사랑이 그 꼴이다. 수개월이 지났으나 지금껏 사랑에 대한 답장하나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말 한마디 없다면 어떻게 할까. 요즘의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다.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을 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굳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짝사랑이다.

지난 2001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코리아텐더(대표 유신종)의 활로를 찾아주기 위해 시민주(액면가 5천원)공모에 나서 4만여주(2억2천800여만원)를 모집한건 뜨거운 사랑의 표시였다.

그 결과 코리아텐더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2년여 동안 시민구단으로 사랑을 받았다. 당시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여수시, 시의회 등이 공동으로 시민구단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7일 코리아텐더는 끝내 부산을 연고로 하는 KTF에 넘겨졌다.

구단이 없어진지 이미 7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구단을 매각한 이후 어느 누구도 시민주 환급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왜 이럴까. “이것도 시민정신을 내걸고 벌인 한바탕의 쇼였나”하는 생각에 공연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이제 코리아텐더 주식은 휴지가 된 상태이다. 시민사랑에 대한 보답은 코리아텐더농구단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으나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KTF로부터 3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기로 한 코리아텐더는 이 가운데 90%를 이미 받았고 나머지 10%는 올해 중으로 받기로 되어 있으나 ‘사랑의 표시’인 시민주 환급 시기와 방법 등엔 계속 침묵하고 있다.

지난 1월 코리아텐더는 주주총회를 열어 여수시민들이 보여준 성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일부를 환급하겠다는 뜻을 비쳤으나 그 이후 계속‘꿀먹은 벙어리’다.

사랑하던 사람들을 잃고 허탈에 빠져있는 여수사람들이, 조용히 슬픔을 참고 지내는 시민주주들이‘답장 하나 보내지 않는 코리아텐더’에 분노를 느낀다면 그것도 잘못일까.

사랑한 만큼 배신의 아픔에 떨고 있는 시민주주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지역 연고인 프로농구 구단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고자 시민주를 구매했다. 그런데 구단이 연고지를 바꾸어 팔아버리고 시민주 환급까지 외면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는게 그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떠나간 사랑이 멀리 있어도 마음이 통하면 기쁨으로 연결된다. 불현듯 보고 싶을 땐 달려가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바꾼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이다.

달려갖배신의 매질’이라도 해야 속이 풀리지 않을까.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코리아텐더가 되기를 바란다.

그 사람 이름을 이제 잊어야하지만 그래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그런 코리아 텐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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