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목청 높이기보다 정책 무장을...
의회, 목청 높이기보다 정책 무장을...
  • 서선택 기자
  • 승인 2004.07.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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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서선택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가 과거의 관행을 깨고 국정감사에 꼭 필요한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돌려보내 탈 권위주의 시대를 예고했다.

유재건 위원장은 국회 복도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국방부 직원들을 보고 ‘군 수뇌부가 지휘체계를 다 비워둬도 되겠냐’며 ‘꼭 필요한 분만 남고 돌아가라’고 말해 새로운 국회 운영상을 보여 칭송을 받았다.

유 의원의 이런 결정은 물론 여야 의원들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지적돼왔던 이런 비효율적인 관행을 국방위 위원들 스스로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내용도 없이 장·차관을 불러다 놓고‘호통’치는 데만 은근한 재미(?)를 느끼던 일부 의원들과 비교되는 모범 사례로 뽑힌다는 점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수시의회의 회의 운영은 어떠했는가.

의회가 후반기 집행부를 구성하고 첫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는 것은 환영 할만하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 정례회에서도 계장급 이상의 공무원 수 백명이 하루종일 대기하느라 의회복도를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은 당연히 올 스톱.
물론 후반기 원구성 이후 첫 시정질의를 통해 그동안의 불명예스런 오해를 풀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이해한다.

또 지금까지 그 어떤 시정질의에 비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나친 겉치레로 '군기잡기'식 회의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지방의회 초창기 때에는 시정질의가 있는 날이면 어른노릇 하는 재미 때문에 '의원들의 장날'이라고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민원해결을 위한 특정 공무원 길들이기, 으름장 놓기 등으로 권력의 희열도 느껴왔다.

뿐만 아니라 일부 의원들은 통반장 수준의 보충질의, 고압적 질책성 질의, 청문회 수준의 회의 진행, 폭로성 발언, 탈법적 억지 질의와 질책 등으로 관계공무원들을 난처하게 했다.

이를 두고 일부공무원들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다"며 "의원들을 가르치는 사설 학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사례도 잦았다.?

더욱이 자신의 질의 잘못으로 원하는 답변이 안나올 경우 의회를 모독하는 불성실한 답변으로 몰아 붙이기가 일쑤였다.

특히 자신의 민원해결을 거부하는 공무원을 '손봐주는' 의회라는 불명예스런 여론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권위주의 시대의 부산물들을 말끔히 청산하고 여수시의 미래를 담아내는 의회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의회운영을 고민해야 한다.

시정질의에 나선 전 의원들이 단체장만을 상대로 답변을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구나 시장과 부시장이 하루 3~4시간 동안이나 답변하는 '체벌형 질의'는 자제돼야 한다.

시장과 부시장에게는 정책적인 사안을 듣고 세부적인 내용은 국장들에게 답변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답변이 불성실 할 경우 정치적인 방법을 동원해 '시장불신임안' 등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또 청문회식 시정질의가 아닌 대안 제시형 답변을 유도하여야 하며 국장급과 해당과장을 제외한 공무원들을 모두 돌려보내 시정공백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에 앞서 의원들은 시정질의서와 답변서를 사전에 대조해 관계법령 등을 숙지하는 등 '사오정'의원에서 탈피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질책성 형식의 질의도 중요하지만 잘한 정책을 장려하고 노력하는 공직자들의 사기진작에도 심혈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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