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수 지도자들 안 계십니까
[기자수첩] 여수 지도자들 안 계십니까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6.2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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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여수시민협에서는 여수산단이 들어선 지 35년만에 처음으로 ‘지역발전기금’ 조성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회가 벌어졌다. 기자 또한 토론자로 참여했지만 이제야서 이런 토론이 열린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아쉬운 점은 여수산단 기업들의 불참이다. 35년이 지났지만 산단사들이 사회적 책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일에 여전히 패쇄성을 고수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진정한 ‘공생’과 ‘상생’은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수산단 민주노총 노조들이 공동으로 요구한 ‘지역발전기금’ 조성도 교섭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일체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어 노동계는 내달 7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여수산단이 35년동안 여수지역에 끼친 환경과 안전사고의 폐해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해악의 정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산단은 자발적으로 지역을 위해 자신들의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고작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내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을 뿐이다.

150개 입주업체가 지난 1년간 사회공헌활동으로 출연한 기부금은 60억 가량. 산단 자녀들이 다니는 ‘여도학원’에 연간 40억 가량을 쏟아 붓는 점을 감안하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다행히도 노동계를 중심으로 산단이 조성된 이래 처음으로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지역발전기금’ 조성에 나서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기금 성격과 조성 규모 등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지만 ‘지역발전기금 조성 원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하다 볼 수 있다.

불행하게도 여수시는 몇차례 대규모 환원사업 계기가 있었지만 ‘여론의 분열과 지도자들의 사욕’으로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지난 95년 시프린스호 사건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울산 SK가 1000억원대 울산대시민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을 근거로 LG정유에 1000억원대의 지역발전기금조성을 요구했지만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의 분열로 별다른 소득없이 지역 국회의원 등이 철창행을 하는 낯 부끄러운 일을 겪어야 했다. 결국 LG정유는 20억 정도를 여수대에 기부하게 되지만 이 돈마저 누구를 위해 사용됐지 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99년 남해화학 석고침출수 사건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남해화학 본사 윤모 사장은 최초로 여수시의회 환경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여수시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공개사과를 한 후 영빈관에서 의원들에게 100억 기부를 구두로 약속했다.

당시 이 기부금은 바다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선박을 매입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위해 여수시와 긴밀한 협의까지 진행됐고 배 이름도 ‘남해호’라고 정하기까지 했지만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여수사람들은 등신(?)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끄러운 일은 이제껏 여수시나 여수시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지역발전기금을 요구해 본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3려 통합 이후 여수시환경특별위원회(서완석 위원장)가 구두로나마 요구한 사실이 있었을 뿐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지역발전기금 조성 원년을 맞아 부끄러운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노동계에게만 맡겨두고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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