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사람을 흔든다
말이 사람을 흔든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6.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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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 시인
그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대기는 대체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로 상징되어 드러나기 마련이다.

역사는 당대의 사람들이 남겨놓은 어록에서 진실을 알 수 있고 삶의 흔적도 더듬어 볼 수 있다.

나는 글쓰는 한 사람이기에 요즘 우리 사회에서 뱉어지는 말의 모양새를 보면서 말의 태도와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들이 시대적, 공간적 지분이 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들의 화법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은 한 번 뱉어내고 나면 그것은 크든 작든 사람들의 가슴에 진동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진동은 직선적이고 단선적인 화법일수록 반작용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예부터 먼저 세 번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지 않은가.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반작용과 함께 보이지 않은 폭력성을 동반하고 있
기 때문이며 또한 말은 한 번 뱉어낸 순간에 곧장 듣는 사람의 감정 깊숙이 들어가 그 사람의 사고를 통째로 헝클어 놓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이데올로기에 갇혀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밀려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적인 팽창에서 한층 질적인 성숙도(?)를 가장한 말들이 국민과 언중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고 있다.

문제는 그 흔들림의 진폭이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말일수록 크다는 것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반작용의 감도가 높다는데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언론, 여성 ...... 말,말,말의 난장이다

물론 겉으로는 다수의 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그 나름의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 속에는 질적 자신의 권리에 대한 방어수단이라는 계산된 뜻을 내포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먼저 내 목을 치겠다" "내 모두를 걸겠다" 는 등의 봇물터지는 립서비스와 막가파식 강한 어조에는 이미 계산되어진 자기 방어와 해볼려면 한 번 해보자는 식의 자기체면과 보이지 않은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서 평가가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단선적인 말은 듣는 사람은 '과연 속내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급기야는 우롱당하고 있다는 반감정에 시달려야 한다.

겉보기에는 '속시원한 통쾌함'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에는 말의 건강을 가장한 보이지 않은 폭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말을 아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하는 수많은 립서비스에 너무 지쳐 있는 오늘에는 더욱이나 말을 아껴야 한다.

할 말은 하되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거칠고 단선적인 말 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겹고 여유로운 있는 화법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어쨌든 말이 우리사회의 위기를 조장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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