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이주보상비 뒤틀린 ‘보상심리’가 문제
산단이주보상비 뒤틀린 ‘보상심리’가 문제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6.0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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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업체-주민’ 이해관계 속 보상관행 길들여져
지난 1일 본지 단독보도로 산단 이주마을 이주보상비를 여수시 공무원 가족 일부가 위장 전입해 1000여 만원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은 여수산단 이주마을 주민들의 뒤틀린 보상심리가 여수산단이 들어선 지 35년째 뿌리깊게 자리 잡아 왔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여수경찰 수사착수= 여수경찰은 즉각 이주보상비 지급 관련 자료를 확보해 지난 1월 보상비가 지급된 월하,평여지구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장전입자 색출 작업에 나섰고 언론들은 이주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수시는 본지 보도 직후 이주보상비를 부당하게 지급받은 공무원들에게 환수 조치와 추가로 4명의 위장전입자를 적발했다.
월하 평여의 경우 한 집에 3세대 이상이 살면서 보상비를 지급받은 가구만 해도 17세대 52가구에 이른다. 한 번지에 최고 21명의 세대원이 살고 있는 가구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적 대안 전무=그러나 여수시는 월하, 평여지구 296세대에 지난 1월 이주보상비로 지급된 총 308억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이사를 간 상태에서 재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뒤틀린 보상심리’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한 개선책이 쉽게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수시는 보상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산단 이주마을 주민들의 뒤틀린 보상심리가 자리잡고 있는 한 위장전입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불가항력적이다고 밝혔다.
가령 이주보상비 지급 기준 시점을 2002년 8월로 봤을 때 8월 한달 동안 잠깐 살다가 9월에 이주한 경우 보상비를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단보상과 한 관계자는 “외지인이 전입했다면 명백한 위장전입으로 볼 수 있지만 원 거주자가 살다가 10년 20년동안 주소지를 안 옮기는 것은 산단 이주 마을의 관행이다”며 “이제껏 산단 공장들로부터 각종 보상을 받아 온 주민들이 사람 수 하나라도 채워 놓고 보자는 심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주민들이 “보상병에 도취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주마을의 주민 실태를 꼬집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주민들을 가리켜 ‘보상킬러’라는 말까지 나돌면서 보상금 지급 정보를 파는 브로커까지 판을 친다는 것.?
따라서 거주지와 주소지가 실제 불일치하는 세대가 수두룩하지만 이주보상비 실태 조사를 통반장과 이주대책위원회, 집주인 등을 통해 확인하기 때문에 이들의 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거주하는 지를 매일 24시간 감시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 ‘주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주사업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수시 감사실도 행정업무 상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실 관계자는 “살림 갖다 놓고 통반장이나 집주인이 여기서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며 행정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흥, 남수, 삼동,두암,적량,월하,평여 등 마을과 자매를 맺어 명절과 행사때마다 주민등록이 등재된 수대로 지원금을 내 놓고 있는 산단 업체들도 주민들의 ‘뒤틀린 보상심리’를 지적한다.
주민들의 뒤틀린 보상심리=산단업체 한 총무팀 관계자는 “수십년동안 마을 주민들과 공장들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땜질식으로 지원을 해 왔지만 결국 마약을 맞은 환자처럼 갈 수록 요구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해마다 자매마을 세대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마다 자매마을에 지원금으로 1억원 이상을 지급해 왔지만 이주대책위원회 측은 이 돈을 모아 마을의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나눠 쓰기에 급급했다”며 “이주대책위원회를 보면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도층이 모범보여야=두암 이주마을 이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현범 전 시원도 결국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 위원장은 “시청에서 조사 나오면 마을주민끼리 누구는 살고 누구는 안산다고 말할 수 있겠냐”며 “공무원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부터 보상비 몇 푼에 눈독을 들이지 말고 모범을 보인다면 보상비 지급을 둘러싼 말썽은 최소화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경찰은 월하,평여지구의 위장전입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관계공무원들의 유착 관계를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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