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 수사체계 실효성 확보 절실"
"성매매 방지 수사체계 실효성 확보 절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04.05.3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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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수성폭력상담소 강정희소장
오는 9월 22일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 관한 법률 및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매매방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이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수사체계의 실효성’ 확보가 절실해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여수시의 한 티켓다방을 탈출한 미성년자 여종업원 2명이 신변보호 요청을 위해 7개가 넘는 관계기관을 찾아 헤맨 사건은 수사 관계자들의 의식과 자세 변화없이는 성매매를 방지할 수 없다는 교훈을 안겨줬다.
관할 경찰인 여수경찰을 믿을 수 없어 경찰청 본청에 수사를 의뢰해 도경 기동수사대가 급파된 이번 사건의 의미와 개선책에 대해 여수성폭력상담소 강정희 소장을 통해 들어봤다.

미성년자 이모양과 조모양의 신변보호 요청을 여수경찰은 왜 묵살했나.
"5월 25일 봉산동 소재 한 다방을 탈출한 얘들은 평소 언론을 통해 알게된 인천경찰서,종암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자 아이들이 있는 곳이 여수이므로 여수경찰의 안내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을 듣고 26일 여수경찰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아이들이 미성년자로 일했다는 사실과 업주에게 빚이 있다는 말을 듣고 좋게 돈부터 갚아라며 그렇지 않으면 타인 주민증 사용으로 구속될 수 도 있다고 말해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업주로부터 쫓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장소에 피신하는 일이였지만 되레 경찰은 이들을 나무란 것이다. 전국의 관계기관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다 지친 아이들이 여수성폭력상담소를 찾기까지 3일동안 아이들은 공포와 전화협박에 시달려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었을 정도였다."

여수경찰이 아닌 전남 경찰청 기동수사대가 급파된 배경은.
"28일 오후 5시경 아이들과 처음 통화를 하고 곧바로 이 곳으로 오게됐다. 우리들은 사실 확인을 위해 여수시 봉산동 Y다방을 직접 찾아갔지만 업주는 영장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다. 관할 경찰인 여수경찰에 연락을 하면 안되겠다는 판단 때문에 경찰청 본청 여성청소년계로 알려 본청 지시로 도경 수사대가 28일 자정에 급파된 것이다. 우리는 새벽3시까지 다방과 아이들 숙소를 찾아가 남아있는 여종업원 2명을 더 데리고 나왔다.
모두 6명이 일했던 이 다방으로 업주의 종업원 폭력은 물론이고 지각비,결근비 등이 비싸 아이들은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을 탕감할 수 없었다. 회당 10만원을 받고 나가는 소위 ‘티켓’도 버젓이 이루어졌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 사건에 대한 수사체계의 헛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수사관계들이 성매매 피해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성매매방지법을 개정했음에도 후속조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피해여성들을 업주와 대질을 시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피해사실 조차도 말할 수 없게 하고 업주가 선불금사기죄로 맞고소하면 ‘피의자’ 신분으로 둔갑하고 만다. 경찰청은 업주와 피해여성을 다른 공간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성매매사건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는 수사능력과 기동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로 강력반이 도맡아 하다보니까 피해여성을 굉장히 거칠게 다룰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성년자인 피해 여성들이 보건증을 발급받은 것이 의문이다.
"아이들은 타인의 주민증을 길거리에서 습득해 보건증을 발급받았다. 여수보건소가 주민증 확인도 안해보고 보건증을 발급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너무 어이가 없다. 아이들은 예전에도 업주가 전화 한통이면 병원에서 보건증을 발급해줬다고 말했다. 다방 업주는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지만 사업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기관이나 상담소 등도 제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시가 운영하는 종합사회복지관의 ‘사랑의 집’은 성매매 청소년, 가출청소년, 미혼모 등을 수용하는 시설인데 28일 아이들의 신변을 위해 보호 요청을 했지만 일시적인 수용은 안된다며 거절당했다. 결국 사감을 설득하고 나서야 찾아갈 수 있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피해에 대해 24시간 신고를 받고 있는 여성보호기관의 전화 ‘1366’은 신고 접수를 받아 전문기관에 연계시키는 일을 하는 곳인데 이번 사건과 같이 성매매 피해 여성을 엉뚱하게 가정폭력상담소로 연계했다. 실적에 치우쳐 편법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관계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책임전가에 급급해 정작 피해여성들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 계획은.
"이번 사건은 그동안 룸살롱이나 음악홀을 중심으로 소위 ‘2차’가 이루어졌지만 다방가에서도 광범위하게 윤락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특히 거문도와 같은 섬지역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무방비 상태다. 여수시민사회단체와 연대에 기자회견을 통해 여수지역의 성매매 실태를 공론화시켜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할 수 없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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