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기금 기업의 '탯줄' 자각 절실
지역발전기금 기업의 '탯줄' 자각 절실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5.2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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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업체 150개사 '죽음의 도시' 오명안긴 채 지역환원 뒷짐
울산SK 울산대시민공원조성 1천억 투입 여수산단 변화 요구
최근 여수산단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 노조들이 중심이 돼 제기한 ‘지역발전기금’ 조성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이들은 올 임금협상 테이블에 이를 교섭대상으로 삼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지만 사측은 아직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매출액의 0.01%를 지역발전기금으로 조성해 산재노동자 지원, 지역의 빈민층 지원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노조의 계산대로라면 여수산단 18개사에서 대략 24억 정도가 조성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는 울산 SK정유를 예로 들어 “노조가 독자적으로 기금조성에 나선 것은 환영하지만 산단기업의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환영반,우려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울산SK(주)의 지역기여 사업 정도는 어느정도일까. 여수공발협 등이 지역발전기금을 놓고 ‘표준모델’로 삼고 있는 울산석유화학단지 기업들을 통해 지역과 공장의 상생의 현주소를 통해 해법을 찾아 보았다.

SK(주) 1천억원대 울산대시민공원 조성 시에 기부채납
현대중공업도 수년간 주민복지시설에 2천억원 투자

1964년 국내 최초 정유사로 출발한 울산 SK는 지난 95년 울산시와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약정 내용은 울산시 남구 옥동, 신정동 일원 110만평에 울산대시민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한다는 것.
이 부지는 울산시 한복판 노른자위 땅으로 시유지와 일부 사유지를 매입해 조성됐다. 이 사업을 위해 SK는 1천원억을 투입했다. 지난 2002년 4월 30일에는 1차분 약 600억원이 투입된 13만평의 시설물 개장식을 가졌다.
이 시설에는 실내수영장과 옥외 풀장, 느티나무 산책로, 옥외공연장, 산림놀이시설, 잉어물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울산시민으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머지 97만평에 달하는 2차 개장시설은 400억원의 건설비를 투입, 오는 2005년 8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대규모 환원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SK의 기업 마인드와 함께 심완구 전 시장의 노력이 한 몫을 차지했다고 지역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심 전 시장이 기업 최고 경영자를 상대로 지역사회지원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결과라는 것.
행정수장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기업의 대규모 지역사회환원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심완구 전 시장이 증명한 것이다.
1969년 6월 호남정유가 여수에 들어온 이후 35년 동안 여수지역의 지도자들이 여수산단 기업을 상대로 무엇을 했는지 경각심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밖에 울산 SK는 지역협력 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울산사랑운동’은 불우시설 지원, 장학금 지급, 지역행사 지원 등 분야별로 수십 건에 이른다. 이는 통상 여수산단 기업들이 해마다 하는 지역환원사업과 비슷하다.
불우이웃돕기 성금만 해도 2001년 30억원, 2002년 50억원, 2003년엔 140억원의 성금을 냈다. 해마다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기금이 총 20여 억원에 불과한 여수산단의 대표적인 기업인 ‘LG정유’와 대조적인 면이다.

울산시민 ‘SK돕기운동’으로 'SK정상화' 일궈 내

지난 해 SK 그룹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자 SK글로벌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강행해 재계 3위의 SK그룹은 해체위기에 놓이자 울산시민과 언론, 시민단체가 선도적으로 나서 ‘SK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한마디로 ‘들불’처럼 울산시민이 SK의 정상화를 위해 들고 나섰다는 것. 애울청년단 등 3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호소문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격려방문과 가두캠페인을 연일 펼치고 지역 언론과 방송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SK기름넣기운동, SK주식갖기운동, SK살리기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벌어진 울산시민들의 극성스런 움직임은 결국 전국으로 확산돼 중앙언론들이 가세하는 결과를 가져와 폭락하던 주가는 진정기미를 보이고 채권단은 마음을 돌려 SK그룹은 현재 글로벌기업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과 지역사회의 끈끈한 ‘상생’의 결과가 몰락 일보 직전의 기업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울산 시민의 SK사랑은 SK그룹 가운데 SK정유와 SK가스 등 4개 주력 기업이 울산 현지에 위치해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다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해 울산대공원을 조성할 정도로 지역친화사업을 SK가 적극 전개해 왔기때문이다.
SK는 올 5월에는 울산시민의 SK사랑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9억여 원을 들여 ‘SK울산사랑 페스티벌’을 벌였다.

환경과 산업 조화, 두 마리 토끼잡는 울산시

울산시를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위한 울산시의 노력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울산시는 큰 틀에서 ♦지역환경 통합관리를 위한 제도정비♦기업의 자율적 환경개선노력 확대♦친환경적 도시이미지 제고 등 3개 분야로 나눠 생태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오는 6월 5일 환경의 날에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기로 한 울산시는 최근 기업과 환경의 조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일환으로 생태도시 추진기획단을 구성해 ‘Ecopolis 울산계획’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와함께 각종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환경영향을 사전 예측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지역환경영향평가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지역대기환경 용량을 분석,평가해 중장기적 대기개선시책을 추진중이다.
기업의 자율적 환경개선 노력 확대를 위해 울산시는 48개사와 ‘자율환경관리협약’을 맺고 오염물질 저감과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고 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연간 8억원을 지원해 기업체의 환경진단,조사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환경마일리제’를 운영해 우수 사업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사업장에 ‘환경 지표수’ 나무를 심어 기업의 환경개선상태를 홍보하고 있다.
주민건강조사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와 울산시는 지난 해 11월부터 울산대학병원에서 선암동,청량면 일대 희망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건강조사 사업에 착수, 지난 4월초까지 700여 명의 주민들이 종합건강검진에 참여했다.
울산시는 공단 주변지역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20년간 건강검진을 통해 특정 유해화학물질의 노출상태와 건강영향을 지속적으로 추적,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여수산단 150개 입주업체 한 해 지역환원금 '새똥' 수준

1975년 여수석유화학단지가 기공식을 갖은 이래 산단 기업들은 여수 지역민들에게 향토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죽음의 도시’라는 오명을 안겨주었다.
LG정유의 시프린스호, 사파이어호의 국내 최대 해양 기름유출사고를 비롯해 남해화학의 석고침출수 유출사고, 제일모직의 스티렌모노머와 에틸벤젠 유출사고, 한화석유화학의 가성소다유출사고 등 수많은 대형 환경참사로 지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왔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한 정도는 지극히 미미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지사의 자료에 따르면 산단 입주업체 150개사가 지역사회 지원사업으로 지급한 금액은 1998년 32억원, 1999년 40억원, 2000년 43억원, 2001년 65억원,2002년 63억원 등에 불과하다. 여수산단 150개 입주업체의 한 해 지역사회 환원금이 지난 해 한해동안 울산 SK가 내놓은 불우이웃돕기성금 140억원의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여수산단 기업들의 지역사회 환원사업 주요 내용은 주변마을 개발지원, 주변마을 학교운영비지원, 문화행사지원, 장학금지원, 불우이웃돕기지원,복지시설 지원 등으로 울산의 SK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여수산단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LG정유’의 지역사회 환원 내역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산단기업들이 지역사회 기여에 소극적인지 알 수 있다.
LG정유가 지난 2월 여수시의회 환경특위에 제출한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지역사회 환원사업에 지급된 금액은 2002년 2,087,124,602원, 2003년엔 1,684,628,470원이다. 각각 20억, 17억 정도다.
2003년에 지급된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인근주민 명절행사 112.210.000원, 장학금 294.842.900원, 묘도동 두암 발전기금 30.000.000, 여도학원 외 475.181.000원, 단체와 언론 191.474.170원,전남도 전국기능경기선수단 체육성금 155.000.000원, 불우이웃돕기성금 26.481.000, 어린이글쓰기대회 186.789.400원, 여수시 수재의연금 200.000.000원, 기타 행사지원 12.650.000원 등이다.
2002년도 이와 유사한 항목으로 지급됐지만 LG정유 사원 자녀들이 다니는 여도학원에 지급한 금액이 지역환원금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여수산단 주요 기업들은 여도학원에 매년 30-40억원의 기금을 납부하고 있어 지역사회환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 지난 해 총매출액 11조 6543억원, 순이익 3856억원을 낸 LG정유의 지역사회 환원금은 순이익의 1%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LG정유의 지역인재 현황도 마찬가지이다. 2003년의 경우 공장인원 1280명 중 여수출신이 498명으로 39%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매출액대비 순위로 구성된 여수산단총무부장단에 소속된 대부분의 회사는 지역발전기금이 획기적으로 조성되기위해서는 ‘LG정유’가 모범을 보여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여수산단 기업의 맏형 ‘LG정유’가 지역친화기업으로 왜 변화해야 하는 지는 울산 SK가 이미 그 해답을 보여줬다.
지역발전기금 조성 원년으로 기록될 2004년, 35년동안의 불신과 반목의 늪을 여수산단 기업들이 빠져나오기위해서는 지역발전기금이 다름아닌 기업 성장의 '탯줄'이라는 강한 인식과 자각이 있을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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