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으면 '아이들 뛰어 노는 모습' 아른아른
눈감으면 '아이들 뛰어 노는 모습' 아른아른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05.2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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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현장수업 '우리고장 사랑하기 선상교실’을 열어
37년 교직생활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내
사선을 타고 15분 정도를 가야만 되는 '묘도'라는 조그마한 섬이 한 교직자의 열정과 실천으로 마을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3월 묘도 초교(1941년 5월 '묘도간이' 학교 설립, 현재 55회 2,709명의 졸업생의 배출) 22대 교장으로 취임해 묘도와 두 번째 인연을 맺은 한 상준 교장(62세) 그는 평교사 시절에도 묘도 초교에서 근무를 했다.

한 교장은 최근 '애국심, 애향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 해 주민과 학부모를 설득해 이색적인 '우리고장 사랑하기 선상교실'을 열었다.

'우리고장 사랑하기 선상교실'은 섬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선상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배에 교기와 태극기를 걸고, 여수산단, 율촌산단, 광양제철, 신덕, 오동도 까지 가는 동안 '글짓기, 그리기, 예능발표와 이순신 장군과 여수, 미래에 대한 초청강의, 낚시 체험'을 하며 광양만의 진주인 '묘도'의 역할과 '바다의 중요함'을 학생과 주민들에게 가르쳤다.

결과가 너무 좋아 올해 두 번째 선상교실을 실시했다. 학생들과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섬에서 태어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사는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같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 교직자의 열정적인 '지역과 학교사랑'에 대해 5학년 담임 정영초 선생님은 웃으면서 "선생님들 사이에 낼모레면 정년인 교장선생님이 귀찮게 한다"며, "얼마 전 스승의 날 편지 쓰기에서 교장선생님이 가장 인기였다"고 말해 한 교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학교를 둘러보던 기자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묘도 초교의 60여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빛 바랜 흑백사진(졸업생들 사진)속에 빡빡 머리 학생'들.#

아쉽게도 한 교장은 올 8월이면 정들었던 교정을 떠난다.
정년을 얼마 남겨 두고 보통 교직자들은 편안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한 교직자의 작은 실천이 조금만 섬 마을에 활기를 뛰게 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교육 현실이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년을 얼마 안 두고 편하게 마무리하시지 굳이 섬 학교까지 오셨냐"는 질문에 "교편을 놓는 순간까지 교직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 자진해서 왔고, 재능을 유감 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발휘하면서 잘 성장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 자신의 교육철학이라며 아직도 교직자로서 사명의식을 잊지 않았다.

또한 아쉬움이 많았던 37년의 교직생활동안 한 교장은 미국연수 후 '아이들은 맑은 품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사회를 접하면서 뒤틀린다'며 '좋은 생각 모형정립' 프로그램으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 지도에 나섰다.

"외면적으로 강하고 통제가 되지 않던 아이들의 눈에 눈물이 보일 때가 교직 생활 37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그때 눈물을 보인 조아무개란 아이가 경찰이 되고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회상했다.

아무리 급박하게 변화하는 사회라 할 지라도 가르치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
그는 교직생활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바로 교육자며, 교육자들이 소명과 사명의식을 버릴 때 교육과 사회가 흔들린다"며 '하고 싶은 일과 할 일을 아는 사람', '사랑하는 따뜻한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후배 교직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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