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비교를 위한 서산, 울산, 포항, 광양 견학기
산단비교를 위한 서산, 울산, 포항, 광양 견학기
  • 나종훈 기자
  • 승인 2004.05.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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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지역 기업들, 지역환원사업 활발
"우리 여수시민들은 아직 목마르다"
견학 개요

1. 견학 주제
"산업단지 비교견학"

2. 견학 목적
타 산업단지들의 현황 및 실태, 지역사회와 협력정도 및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향후『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를 내실있게 운영하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3. 견학 기간
2004년 4월 26일(월) ∼ 4월 30일(금) 4박5일

4. 견학지
서산, 울산, 포항, 광양

5. 견학 인원
▶ 나종훈(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도기룡(여수시 지역경제과 기업지원담당)
▶ 김경태(여수시 지역경제과 담당자)

6. 견학 일정
▶ 26일 : 서산시(서산시청, 대산공단)
▶ 28일 : 울산시(울산광역시청,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 SK(주), 울산대공원, 정몽준사무소, 현대중공업)
▶ 29일 : 포항시(포항시청, 포스코 본사, 전국산단개혁연대 정책토론회, 해맞이공원)
▶ 30일 : 광양시(커뮤니티센터)


서산경제의 중추역할 대산공단

4월 26일(월) 오후 5시 30분께 여수를 출발, 빗속을 뚫고 자동차로 달리고 달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서산시에 도착한 때는 밤 10시 50분.
사방을 분간하기 힘든 야밤에 우리 견학단 일행은 공단 근처에 숙소를 잡아 지친 심신을 달래는데 급급해야 했다.

27일(화) 충분히 수면을 취한 우리는 대산공단 견학과 서산시청 방문을 시작으로 이번 견학의 주목적인 산단과 지역사회의 협력관계를 파악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대산공단은 국가산단도, 지방산단도 아닌 개별기업들이 입주해 형성된 공단인지라 어디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총체적인 자료는 입수할 수 없었다.
다만 인터넷을 뒤져 얻은 언론보도와 공장관계자, 시청관계자, 환경단체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대산임해석유화학 공단은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독곳리 일대 300만평 부지에 조성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여의도 3배에 이르는 땅위에 형성된 대산공단은 울산, 여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산업을 구축하고 있다.
60년대 말 국가기간산업을 상징이라도 하듯 울산에 대단위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섰다. 그 후 10년 뒤 여수에 울산과 같은 석유화학공단이 조성됐다.
그만큼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폭증했고 석유화학산업은 미래 국가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다만 공해산업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 하는 점과 친환경적인 현대화 시설 및 유지보수 관리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었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가던 양대 산맥, 현대와 삼성그룹이 나서 가로림만 대산앞바다를 매립해 이곳에 대단위 석유화학공단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서울 여의도 3배가량의 면적위에 우리나라 제3의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는 대 역사가 이루어져 지난 89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황금산을 기준으로 바로 옆에 삼성아토피나(주)가 위치하고 있다.
독곳리 일대 100만평중 95만평을 가로림만 앞바다를 메워 그 위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삼성아토피나 공장이 들어섰다. 삼성아토피나는 천문학적인 3조원을 투입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기술을 들여와 현재는 우리 기술로 제품을 생산한다. 설비 또한 상당부분 우리 기술이 선진국 기술에 못지 않으며 일부는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장에 쓰인 각종 파이프의 길이만 1300㎞에 달해 가히 공장의 설비규모를 짐작케 한다.
주요제품생산 품목은 합성수지(PVC)와 합섬섬유, 합성고무를 비롯 정밀화학의 원료들이다.
지난해에는 1조 3000억원어치의 제품을 수출하고 경상이익만도 2000억원이 넘어서는가 하면 부채비율도 100%미만으로 개선돼 초우량기업으로 우뚝 섰다.
서산시 재정운영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세도 한해 50억원 가량이나 되며 국세는 이보다 훨씬 많은 150억원에 달한다.
이 공장은 공해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각종 배출가스의 법적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공장 옆에는 현대석유화학이 우뚝 버티고 서 있다.
공장 규모 면에서도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장 중 단위 사업장으로는 최대규모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120만평을 매립한 땅위에 부산을 6회 왕복하는 30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연결된 설비에다 삼성아토피나처럼 나프타를 분해하는 나프타분해공장을 하나 더 가동하고 있으며 단위공장 수도 24개 공장에 달한다.
나프타분해공장(NCC)은 석유화학공장의 심장부로 각각의 제품단위 공장으로 원료를 만들고 보내주는 핵심 설비인 만큼 투자비용도 가장 크다. 현대석유화학은 이 공장 2기를 가동하고 있다.
현대는 삼성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생산설비 규모가 2배 가량이나 크다는 것과 합성고무공장이 별도로 추가 설치돼 있다는 것 빼고는 별다른 건 없다.
천문학적인 4조원을 투입한 이 공장은 그동안 금융부담에다 부채비율도 900%까지 치솟는 등 현대그룹에서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었다.
급기야 2002년 단지내 NCC공장을 기준으로 LG와 호남석유로 공장이 하나씩 매각되면서 부채비율은 현재 60%대로 개선돼 초우량기업으로 우뚝 서 다른 기업들로부터 부러움 마저 사고 있는데다 빠르면 올해 말쯤 LG와 화남석유로 옷을 갈아입는다.
더욱이 지난 2002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으며 지난해에는 3000억원의 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방세와 국세는 60억원과 250억원씩을 냈으며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 중국 수출도 50%를 점유할 만큼 석유화학산업부문 수출도 선도하고 있다.

울산·여천과 달리 대산공단은 공단내에 우수와 공장폐수를 자연수기준으로 정화한 물을 이용해 만든 10만평규모의 자연생태공원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내추럴파크가 있고 현대는 유수지가 있다.
신기하게도 이곳에는 자연 철새인 흰뺨검둥오리 수십마리가 영구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고 한다. 피라미, 송사리, 붕어, 가물치 등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이 날아가지를 않고 이곳에 영구 둥지를 틀고 공장주변 풀섶에다 알까지 낳고 있단다.

대죽리 가로림만 끝자락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주).
이 공장 전체 65만평 중 반은 생산설비고 반은 저장시설로 둘러 쌓여 있다 .
지난 89년 본격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하루 39만배럴 규모의 석유류를 생산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여타 공장과 달리 이 공장은 중질유를 하루 3만 4000배럴을 분해해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해 4조 7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엔 순이익만 55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특히 무디스 등 기업 신용평가 국제기관으로부터 BBB+등급을 받아 이자부담율도 2%가량 조정받게 돼 기업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대산공단 업체들의 지역환원사업은 두드러진 것이 별로 없다. 대기업체 공장장과 시장, 대학총장, 해양수산청장, 상공회의소장 등이 참여한 지역경영인협의회가 업체-지역간 협력의 통로역할을 한다. 지난 2월 뒤늦게 결성된 이 협의회는 주로 지역의 요청에 의해 3개 대기업이 분담해 지역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개별 기업차원의 환원사업도 추진돼 왔는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매년 2-3억원어치를 구매해 불우한 이웃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아토피나도 1천여 모든 직원들과 가족이 참가한 가운데 월 1회 자발적인 지역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회공헌활동을 경영의 한 부문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지역민들의 요구에 따른 생색내기 성격이 짙다.

대산공단은 석유화학공단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이나 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및 환경피해가 적은 편인데 이는 신생공단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대산공단의 안전사고 및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횟수가 빈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략적인 환경안전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대산공단도 환경안전사고의 예외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 1989년10월3일 : 극동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제품저장탱크 폭발
▶ 1993년 : 파나마선적 프런티어 익스프레스호에서 나프타 8천여톤 바다로 유출
▶ 2003년10월16일 : 현대오일뱅크 코크스라인 과부하로 폭발

이러한 환경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대산공단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대산공단 3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근로자를 포함, 전직원이 5,000명에 달한다.
가족포함 줄잡아 2만명이 대산공단과 관련해 일을 하고 있어 서산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산공단=서산의 성장동력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지역 상생관계가 부러운 울산

견학 셋째날인 28일(수), 우리 견학단의 주 견학목표지역인 울산이다.
전날 서산에서의 견학이 생각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초조감 때문에 울산에서는 마음을 다잡고 활동키로 했다.
울산지역은 기업과 지역의 바람직한 협력모델로 널리 알려진 SK,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있는 곳이어서 약간의 흥분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업무개시 시간에 맞춰 방문한 곳이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 여수지사의 사전연락과 협조요청 때문인지 따뜻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울산지역의 현황과 산단 현황, 그리고 우리들의 주관심사인 기업-지역간 협력사례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다.
여기서 파악된 기업-지역간 협력 사례로는 ◇ SK의 1천억원대 울산대공원 조성 기부 ◇ 현대중공업의 다양한 주민복지시설 건립 ◇ LG화학의 노인복지회관 건립 예정 ◇ 온산공단 공장장협의회 년간 5천만원 장학금 기부 ◇ 울산환경보존협의회의 용역조사비용 년간 수십억원 투자 등이다.
막연했던 견학목적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에서는 우리들의 견학일정에 맞춰 공장방문이 가능토록 사전에 협조연락을 취해 줬으며 안내를 맡기도 했다.

오전 10시께 SK(주) 울산Complex를 방문했다. 이상우부장(홍보/총무팀)이 SK가 지역에 쏟은 투자, 그리고 SK가 지역으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설명했다. 홍보관에서 기업홍보영화를 보고 공장시설을 견학했다.
SK의 대표적인 지역환원사업은 1천억원이나 되는 울산대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한 것.
1964년 우리나라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출발한 SK㈜는 광역시 규모의 필수적인 여가와 휴식공간 부족 해소 및 친자연적인 공원보유로 인한 울산시민 자부심 고취를 위하여 남구 옥동, 신정동 일원 110만평 부지상에 울산대공원을 조성했다.
이는 SK가 1995년 울산시와 기본약정을 체결한 후, 96년부터 2005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하여 울산시민을 위한 자연친화적인 휴식위주의 테마공원을 조성,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 기증한 것이다.
110만평의 부지는 울산시가 시유지와 일부 사유지를 매입해 마련했는데, 시내 한복판 노른자위 땅을 시민휴식공간을 위해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이미 지난 2002년 4월 30일 약 600억원을 투입하여 13만평의 1차 시설물 개장식을 가진 바 있다. 1차 시설물의 주요시설물로는 실내수영장과 옥외 풀장을 비롯 풍요의 못, 느티나무 산책로, 자연학습장, 산림놀이시설, 잉어물놀이시설, 옥외공연장 등이 있다.
이 공원은 현재 울산시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1차 기존 개장시설과 연계 전문자문위원, 시민설문조사 등의 검증과정을 거친 후, 약 400억원의 건설비를 투입하여 97만평에 달하는 2차 개장시설을 2004년 4월에 착공, 2005년 8월 완공할 예정이다.
울산시민들은 SK의 울산대공원 조성은 SK의 지역환원사업에 대한 마인드와 함께 심완구 전임시장의 공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2선 국회의원 출신인 심 전임시장은 자신의 의원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체를 자주 방문, 지역사회 지원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는 또한 일상적인 지역환원사업도 적극 펼치고 있다.
이 회사가 지역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2003년 울산사랑운동 추진실적 자료에 따르면 ◇ 불우시설 지원 ◇ 장학금 지급 ◇ 지역행사 지원 등 분야별로 수십건에 이른다. 여수산단 대기업들도 실시하고 있는 정도의 사업들인데,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유치서명운동에 전 임직원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의 임직원들이 모금해 사회에 기탁한 이웃돕기성금도 상당하다. 2001년 30억원, 2002년 50억원, 2003년 140억원의 성금을 냈다. 해마다 성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는 또 수원에 250억원의 도서관을 지역에 기증했는데, 수원은 SK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과 고 최종현 회장의 본가가 있으며 모기업인 SK케미칼 공장이 있는 곳이다.
95년4월 준공한 SK 수원도서관은 대지 3천6백평, 연면적2천5백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며 1천4백석의 열람석을 갖추고 있다.

평소 지역친화기업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SK. 이 회사는 울산시민들로부터 크나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은 지난해 초 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울산 시민들이 'SK 살리기운동'을 적극 벌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분식회계 혐의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SK글로벌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강행하해 재계 3위의 SK그룹이 해체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 때, 울산 시민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SK 살리기에 나선 것.
SK 살리기운동을 선도한 것은 언론과 시민단체였다. 울산매일신문을 비롯 지역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SK사태를 보도하면서 정상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애울청년단 등 34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호소문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격려방문과 가두캠페인에 나섰다.
SK 기름넣기운동, SK 주식갖기운동, SK 살리기서명운동이 울산지역 각계각층을 망라해 다양하게 펼쳐졌다.
울산시민들의 이러한 극성스런 SK돕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중앙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됐다. 마침내 폭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진정기미를 보였고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기에 이른다.
이같이 울산시민들이 SK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SK(주)와 SK가스 등 4개 주력기업이 울산시에 위치해 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다 1,000억원을 투자해 울산대공원을 조성할 정도로 평소 지역친화사업을 적극 전개해온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SK는 어려울 때 도와준 울산시민에 보답하기 위해 8∼9억원을 들여 'SK 울산사랑 페스티벌'을 벌일 예정이다.
5월 1∼2일에는 문화체육행사, 8∼9일에는 울산사랑콘서트, 15∼16일에는 걷기대회 및 거리축제가 벌어진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사법처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참석해 처음으로 공식 대외행사를 갖는다.

기업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지역협력에 적극적이고, 지역민은 기업이 어려울 때 적극 나서서 돕고, 다시 기업은 감사의 뜻으로 대규모 축제를 열고................. 기업과 지역의 바람직한 상생관계의 한 모델이 아닐까.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우리 견학단 일행은 SK공장을 방문하고 나서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울산대공원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공원관리사무소에 들러 공원현황 자료를 입수한 후 광활한 부지에 조성된 각종 시설물을 부러운 눈으로 둘러보며 약간은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이어 견학단 일행은 울산광역시청을 방문했다. 기업지원과와 경제정책과를 방문해 울산지역의 민산관학 협력현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2004년 울산시정주요사업에 대한 자료를 입수했을 뿐이다. 울산시정 주요사업 내용 중 <환경과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건설> 부분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28일) 때마침 기업-환경 상생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공장장 초청 환경시책 설명회가 울산시 주관으로 열렸다.
울산시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기업과 환경이 상생하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최근 생태도시 추진기획단을 구성한데 이어 오는 5월 "Ecopolis 울산계획" 최종 보고회, 생태도시 울산조성을 위한 환경콘서트 개최 등을 거쳐 6월5일 환경의 날에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키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또 각종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환경영향을 사전 예측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환경영향평가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이와 함께 기업체 및 민간환경단체의 환경보전과 애향심 고취를 위해 "1사1하천 살리기운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기업과 행정의 상호 신뢰하에 추진중인 "자율환경관리협약"운영도 내실화를 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설명회에 이어 2003년도 환경투자 우수업체인 동서석유화학(대표이사 이균철), 한화석유화학(주)2공장(공장장 김대식), 한국바스프(주)화성공장(공장장 진두환), 고려아연(주)온산제련소(대표이사 성두용), SK(주)(부사장 방엽성) 등 5개 기업체에 대해 시장의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같은 울산시의 환경개선 노력은 그동안 이지역 산단에서 심심찮게 발생한 환경안전사고와 공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수YMCA와 전국산단개혁연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산단의 환경안전사고 사례로는
▶ 1998.1.20 : 진양유조사 유류운반선 폭발 화재사고
▶ 1999.5.13 : SK(주) 정유공장 화재사고
▶ 2000.6.23 : 태화강하류 숭어 수천마리 폐사사고
▶ 2001.2.9 : (주)코엔텍 일반폐기물 보관장 화재사고
▶ 2001.5.11 : 동서석유화학(주) 암모니아 누출사고
▶ 2002.2.17 : 고려아연(주) 무수황산가스 누출사고
▶ 2002.5.25 : (주)한국보팍 탱크터미널 폭발사고
▶ 2002.5.30 : (주)태영인더스터리 닥트내 착화 폭발사고
▶ 2003.10.20 : SK(주) 분해공장 화재사고
▶ 2003.9.25 : 한국석유공사 원유가스 수송배관 폭발사고 등이 있다.

또한 지난 4월 22일 울산 남구 매암동에 소재한 삼양제넥스에서 3명의 사망자를 낸 수소저압탱크 폭발사고를 계기로 신문이고, 방송이고 계속해서 울산지역 공단의 폭발 및 화재사고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공단주변 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사업이 본격 추진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다음 방문지는 정몽준 사무소.
국회의원선거 직후인지라 현대중공업의 지역협력 현황에 대해 어느 곳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수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지역을 위해 한 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곳 사무소 관계자가 SK의 울산대공원 기부체납을 폄하한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SK가 공원 일부 시설물에 대한 운영권을 쥐고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무슨 사회환원이냐"고 깎아내렸다.
나중에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기업들이 사회환원을 경쟁적으로 한다! 이러한 경쟁은 얼마든지 벌어져도 좋을 경쟁이 아닌가.

정몽준의원은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있으면서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몽준의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울산시민을 위해 건립한 후생복지시설 현황을 보면 숨이 가쁠 지경이다. 투자한 자금이 무려 2천억원에 가깝다.

◆ 체육시설 4건(방어진체육공원, 서부축구장, 강동축구장, 전하축구장) : 118억원
◆ 공공시설 3건(동부도서관, 예술공원, 대왕교 설치) : 42억원
◆ 의료시설 1건(울산대학교병원) : 530억원
◆ 학교시설 1건(울산과학대학) : 480억원
◆ 주민복지회관 6건(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동부회관, 미포복지회관, 서부회관, 전하후생관) : 570억원
◆ 주차장시설 9건 : 70억원

게다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이 자료에는 현대고등학교, 자립형 사립고교인 현대청운고등학교, 현대중학교, 현대청운중학교, 현대유치원 4개 등의 시설은 빠져 있다.
정의원의 지역구인 동구는 그야말로 그의 아성이라고 해도 좋을 듯 했다. 동구 전체 인구는 20여만명. 이 중 현대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상회한다. 여기에다 정의원이 그동안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시설을 대대적으로 건립해 줬으니 동구에서 정의원이 무소속으로 계속 출마해도 그의 아성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 보였다.
오죽했으면 현대중공업이 회사 차원에서 지역에 건립하는 복지시설이 선거법 위반이 아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해 놓고 있을까.
북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는 현대중공업 보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나름으로 지역 기여도가 상당하다. 현대자동차는 회사 부지를 기부체납하고 공사비를 들여 해안도로인 '아산로'를 개설하고 7천평 규모의 문화회관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자가 직영하는 이 문화회관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용한다. 여기에 수영장, 공연장, 체육관, 서점, 써클룸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음은 현대중공업 공장방문.
정문을 들어서자 지난 80년대 말인가, 90년대 초인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중공업노조 투쟁 당시 TV에서 보았던 골리앗 크레인이 우리를 반겼다.
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가 연결해 주기는 했지만 사전 약속이 부실해 공장 관계자로부터 몇 가지 자료를 받고 설명을 듣는데 그쳤다.
다른 어느 곳보다 공장견학을 해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견학 넷째 날인 4월29일(목) 아침. 우리는 아직 울산을 떠나지 못했다.
울산 북부소방서가 펴낸 <석유화학공장 안전관리 지침서>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북부소방서를 방문, 책자를 구했다.
기대했던 것만큼 내용이 알차지는 않았지만 석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유형에 따른 대처방안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어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았다.

여수공발협 환경안전분과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위험물, 유독물 사고에 대비한 유관기관 협조체제 구축 및 방제계획 자료집이 나오면 여수산단뿐만 아니라 울산, 서산지역 석유화학관련 업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는 포스코

포스코가 있는 포항에 도착한 것은 정오경.
식사 후 포항시청 지역경제과에 들른 후 곧바로 포스코 본사를 방문했다. 지역협력팀 관계자로부터 포스코의 지역협력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포스코 사회공헌활동 백서>를 비롯한 관련자료를 입수했다.
<백서>는 1990년부터 2002년에 이르기까지 지난 12여 년 동안 포스코가 펼쳐왔던 사회공헌활동을 총정리한 자료집이다.
포스코가 지역협력에 대해 적극적인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전 회사 차원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매출액 11조 7,282억원, 경상이익 1조 4,854억원을 달성한 포스코는 사회공헌 지원금으로 경상이익의 4.7%인 693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2000년 <전경련 1%클럽>에 가입하기도 한 이 회사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가 사회공헌활동을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해가기 위한 핵심 경영활동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활동의 주목적인 이윤축적과 사회공헌활동. 이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두 가지 명제가 적어도 포스코에서는 자연스레 조화되고 있는 듯 보였다.

포스코가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집행한 사회공헌활동비는 무려 1조6천342억원.
분야별로는 ◆ 재단운영 1조2천23억원(73.6%) ◆ 학술교육 918억원(5.6%) ◆ 체육진흥 1천169억원(7.2%) ◆ 문화예술 158억원(0.9%) ◆ 사회복지 1천924억원(11.8%) ◆ 환경·기타 82억원(0.5%) ◆ 자원봉사 68억원(0.4%)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단운영 부문은 1986년 설립한 포항공대 6천927억원, 교육재단 4천577억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519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술교육 부문에는 대학발전기금 355억원을 비롯해 1990년 이후 728억원을 대학발전을 위해 지원했으며 초중고교 발전을 위해 76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한국강구조학회(2억원), 제14회 국제정보올림피아드대회(1억원), 평화포럼(1억원), 신자유포럼(2억원) 등 각종 학술단체에 114억원을 지원했다.
체육진흥 부문은 프로축구단(포항스틸러스, 광양드래곤즈) 지원 1천15억원을 비롯해 체전지원 60억원, 체육기금 94억원 등이 있다.
문화예술 부문은 공연협찬(67억원), 시설(45억원), 문화행사(46억원) 등이 있다. 포스코는 지역주민의 화합과 문화욕구충족을 위해 포항의 효자아트홀과 광양의 백운아트홀 등 전문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품격의 음악회, 연극, 뮤지컬, 무용, 국악공연, 우수영화 상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사회복지부문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휴식공간인 광양 커뮤니티센터(296억원)를 건립하고, 포항 테크노파크(100억원 및 부지조성 5만7천평)와 환호해맞이공원(200억원)의 건립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공공시설 건립을 위해 889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실업기금 255억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해 연말불우이웃돕기와 태풍 루사(15억원) 등 수재의연금으로 924억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성모자애원 시설보수비(1억원)을 지원하고, 재단법인 '한국여성기금'에 사업기금(10억원)을 지원하는 등 사회단체에 총 111억원을 지원했다.
환경·국제 부문에는 제2회 강의 날 행사(6천만원), 숲을 살리자 캠페인(1억원), 환경전광판 기부(3억3천만원) 등 환경단체 지원에 28억원을 지원했으며 국제교류에 43억원, 대북지원에 11억원을 투입했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에 68억원이 지원됐는데, 이 중 회사지원금이 45억원, 직원모금이 23억원이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봉사팀이 2004년 1월 현재 포항과 광양에 각각 100개나 되며 자매결연을 체결해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곳도 각각 100개씩이다. 포스코 임직원의 자원봉사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02년까지 4만3,000여 회에 68만명이 참가해 임직원 1인당 평균 2.7회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2002년의 경우 총 2,403개 참가그룹이 4,444회의 활동을 펼쳤으며, 연인원 15만여 명이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포스코는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창사이래 2002년 말까지 2조 3,931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하였으며 이는 총 설비투자 누계액의 9.1%에 해당된다. 2002년도 환경설비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665억원이 증가한 1,767억원이며 총 설비투자액의 11.7%에 해당된다.
한편 환경설비운영비 및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2002년도 환경비용은 5,181억원이었다. 부문별로는 대기부문 설비운영비가 총 운영비의 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먼지발생 저감장치인 집진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전력비, 자재비, 인건비, 정비비, 감가상각비 등이 있다. 수질오염 방지비용은 총 환경비용의 15%이며, 주로 폐수 처리설비, 폐수 재활용설비 등의 유지.보수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폐기물 운반비, 처리비, 재활용 비용 등으로 구성된 폐기물처리비는 총 환경비용의 26%를 점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포항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포스코는 1972년 본사를 포항시로 이전해 매년 포항시 재정수입의 20% 정도를 지방세로 납부하고 있다. 포항시의 재정규모는 1968년 포스코 창립 전 5억원에서 3003년 4,815억원으로 증가했고, 재정자립도는 1970년 33.3%에서 2003년 54.8%로 향상돼 전국 시 평균 33.7%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포항시 전체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지역경제가 침체기에 빠졌던 1995년부터 지역업체 공사발주 제도를 시행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코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 지역경제 기여, 환경개선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포항 및 광양지역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니다.
광양지역에서는 포스코가 시설하려는 송전탑 건설을 놓고 수개월째 지역사회와 회사가 팽팽히 대립돼 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대표적인 공해기업인 포스코가 환경기업으로 둔갑돼 있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견학단이 포스코 본사를 찾은 날(4월29일) 광양환경운동연합(의장 양신태)은 포스코가 독극물이 포함된 폐수 11만t을 섬진강에 불법 배출했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서울에서 가졌다.
광양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가 2000년에 이미 제철소에서 방출되는 폐수가 배출 기준을 넘었음을 인지하고도 3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실제로 방출된 폐수 양은 1백만t이 넘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같은 환경연합 주장에 대해 포스코측은 "지난해 설비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겨 응축수 일부가 유출됐지만 적발된 후 과징금을 물었고, 현재는 설비 개선을 완료해 오염 물질을 완벽하게 처리 중"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포스코 방문 후 참가한 전국산단개혁연대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포항환경운동연합의 한 간부는 송도백사장 문제와 사외이사 문제를 놓고 포스코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산업단지의 개혁을 이끄는 사람들
전국산단개혁연대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다

포스코 방문 후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전국산단개혁연대 정책토론회가 열릴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어 해맞이공원을 찾아 여독을 달랬다.
해맞이공원은 포항에서 동해바다 쪽 끝 부분, 그러니까 토끼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바닷가 곶에 위치해 있는데, 거대한 손 조각품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국산단개혁연대 정책토론회는 오후 4시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포항 청룡회관에서 열렸다.
전국산단개혁연대는 서울, 인천, 울산, 광양, 여수, 구미, 창원 등 산단이 위치해 있는 전국 14개 지역 30여개 시민, 환경, 노동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적인 단체로서 국가/지방산단의 환경 및 제도개혁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여수공발협 환경안전분과위원이기도 한 김대희씨(여수YMCA 정책국장)와 조환익씨(전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가 정책적, 실무적으로 산단개혁연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3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했는데, 여수에서는 산단연대 회원인 김대희, 조환익, 문갑태(여수환경련 조사부장) 3명과 함께 우리 견학단 3명까지 참석해 가장 많이 참석한 지역이 됐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한국 산업단지개선을 위한 민간운동의 성과와 향후 방향.
먼저 산업자원부 산업환경과 허경과장이 <정부의 산업단지 관리 정책과 민간운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허과장은 민간운동의 추진방안으로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해 기업갹출보다 민간운동지원법 제정을 통한 정부예산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허과장은 민간운동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주먹구구에 의한 우격다짐보다 철저한 원인분석과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문제제기가 아닌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 등을 민간운동 추진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조환익 국장이 <산업단지 개선을 위한 민간운동의 성과와 향후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조국장은 산단개혁을 위한 민간운동의 향후 과제로 환경개선과제와 지역개선과제를 세세하게 제시했다. 또 조국장은 민간운동 방향으로 제도개선운동, 기업감시운동, 국제연대운동 등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는 조혜영박사(한국산업단지공단), 박태현변호사(공익환경법률센터), 박창호운영위원장(포항환경운동연합), 홍정련시의원(울산광역시의회) 등이 참여했다.
조혜영박사는 "산업단지 환경 및 지역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이와 병행해 기존 일반법 개정을 통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그 예로 환경개선기금 확보를 위한 법률, 완충녹지 조성 의무화를 위한 법률, 생태산단 선정을 위한 법률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또 조박사는 산단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데이터를 정리하고 통계화 할 필요가 있으며 산단 계획수립 단계부터 NGO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토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호운영위원장은 포스코의 지역협력과 관련 "포스코는 송도백사장 유실의 원인 규명과 복구 및 보상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한 박운영위원장은 "포스코에는 9명이나 사외이사 가 있는 만큼 이제 지역주민과 협력업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한 명쯤 선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홍정련의원은 "울산지역에서 아황산가스 농도가 100회나 초과됐다는 언론보도가 있고 시민들도 대기환경 개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울산지역 환경개선 등을 위한 민산관학 공동기구를 구성토록 노동조합의 참여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토론회가 끝난 후 산단개혁연대의 2004년 정기대표자회의가 열렸으며 그 이후에는 각 지역에서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다른 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여수를 부러워한다는 것이었다. 여수에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산단 환경감시활동이 활발하고 민산관학 협의체인 여수공발협을 중심으로 지역-기업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우리는 그들에게 여수공발협을 본받아 각 지역에 공발협을 구성하면 '전국공발협연대'를 만들 수 있겠다는 농담을 했다.
그러나 우리 여수 사람들 속마음은 달랐다. '당신네들 지역이 더 부럽소.'

경주관광과 광양커뮤니티센터 방문

견학 마지막 날인 4월30일(금).
우리 견학단에게는 가벼운 마음과 무거운 마음이 묘하게 교차했다.
우리들 마음을 가볍게 한 것은 견학 마지막 날인지라 특별히 '의무적인' 견학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들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지역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타지역과 우리 여수가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경 경주에 도착해 경주시내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문화유적지 중 오릉과 첨성대를 둘러보았다.

마지막 견학지인 광양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가 가까운 시각.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광양시는 광양제철소 건설 이후 철강관련 인구의 유입으로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60년대 초반 8만3천명이던 광양시 인구는 2002년말 13만9천명으로 늘었다.
포스코가 끼치는 지역경제 영향력도 막대하다. 광양제철소, 협력계열사, 납품사 등 고용인원 1만8천여명 가운데 광양 및 인근지역민은 71%에 이른다. 포스코에서 구매하는 원자재 대금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매년 광양시 재정수입의 30% 이상을 지방세로 납부해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 광양시 재정규모는 1981년 64억원에서 2003년 2,685억원으로 42배 증가했으며, 재정자립도는 1981년 22.5%에서 2002년 49.4%로 약 2.2배 향상되었다.

당초 우리는 광양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시설 등을 견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간도 늦었고 사전에 이곳 현황을 대략 파악하고 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견학을 포기했다.
대신 포스코가 지역주민을 위해 296억원을 들여 건립한 광양커뮤니티센터에 들러 시설들을 둘러보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커뮤니티센터는 지상 9층, 지하 1층 건물로, 412평의 다목적홀을 비롯 수영장, 스쿼시장, 탁구장, 사우나시설, 헬스장, 회의실, 문화센터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어 일반 광양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수에 도착한 때는 오후 5시40분이었다.

우리 견학단은 4박5일 동안 시간을 쪼개고 쪼개 서산, 울산, 포항, 광양을 누볐다. 우리가 듣고 보고 느낀 것이 말(馬) 꼬리인지, 말 몸통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견학단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우리 여수시민들은 아직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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