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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가 많아 율촌
밤나무가 많아 율촌
  • 관리자
  • 승인 2004.04.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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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반도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율촌(栗村)은 ‘밤나무가 많은 고을 밤 골’을 한자로 표현한 이름이지만 지금은 밤나무가 많은 고장이 아니다. 밤 골 율촌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 지역 주민의 기막힌 애환이 숨겨져 있다.
율촌은 기후와 토질이 밤나무가 자라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옛날부터 밤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밤나무 때문에 이 곳에 살았던 지역민들은 큰 고통을 받아야 했으니 믿기지 않는 일화가 역사에 전해 온다.
여수지역은 백제 때 원촌과 돌산현, 신라 때는 해읍과 여산현이란 고을 이었다가 고려에 와서는 여수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지금의 석창 부근에 여수현령이 다스리는 현의 치소가 있었던 곳으로 짐작되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고려 마지막 현령이었던 오흔인의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대한 불복으로 여수는 현을 폐하고 순천부에 예속되어 다스리게 되었다.
그 후 조선 성종10년 (1479)에 여수에 전라좌수영이 생기게 되자 여수지역의 주민들은 순천부뿐만 아니라 좌수영까지 세금을 거둬들여 여수 좌수영과 순천부 두 곳에다 세금을 내고 부역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는 행정 기관인 순천부사가 종3품인데 반하여 여수의 좌수사는 정3품이어서 행정관이던 순천부사의 입김이 좌수영에까지 미치질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변 실정에다 율촌은 밤나무가 많다 하여 밤 세금까지 바쳐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밤 세금은 풍년이나 흉년 할 것 없이 정해진 세율에 의해 현물인 밤으로 바쳐야 했는데, 문제는 밤 흉년이 드는 해였다.
이 때는 밤 생산을 하지 못했어도 세금으로 밤을 바쳐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밤을 구하려면 멀리 구례나 광양 등지로 나가서 밤을 구해야 했는데 당시 생활이 밤을 살 수 있는 넉넉한 형편이 되지 않으니 그 지역에 가서 며칠씩 일을 하고 밤으로 품삯을 얻어 바쳤다고 한다.
이러한 형편이니 율촌지역 사람들의 원성이 없을 수 없었고 이러한 사연은 당시 순천부사로 새로 부임한 이봉징 부사에게도 전해져 제도의 모순을 알게 된 부사가 세금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밤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라고 명을 내려 면민들이 각자 도끼를 들고 나와서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는 기막힌 사연이 1881년에 간행된 승평지에 기록으로 전한다.
그 후 율촌 면민들은 이봉징 부사가 순천을 떠나게 되자 그를 기리는 마애비를 세워 그 공덕을 기리기까지 하여 지금도 율촌에는 이봉징 부사의 마애비가 전하고 있으며 1902년에 발간된 여수지(麗水誌) 고적(古跡) 조에도 율목(栗木)이라 하여 율촌의 밤나무 사연을 소개하고 있어 바른 정치의 교훈으로 후세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봉징 부사는 숙종13년 1687년 3월에 부임하여 1688년 6월에 이임하였는데 1687년 밤이 익어가던 가을쯤에 이러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무거운 세금에 시달렸는지 짐작이 가는 이 일화는 율촌에 밤나무가 많았던 사실도 함께 전해주는데 율촌은 면의 이름뿐 아니라 마을 이름에서도 밤과 관련된 이름들을 찾을 수 있다.
산수리에 있는 평여마을과 신대마을은 옛날 ‘밤등’이라고 불렸던 마을에서 나누어진 마을이다. 이 곳은 앵무산 자락의 마을로 예전에는 산등성이 모두가 밤나무 밭이었다 전해져 온다. 다른 한 곳은 신산리 율현부락으로 밤나무가 많아 ‘밤고개’라고 부르던 곳을 한자로 고쳐 ‘율현(栗峴)’이라 하였다.
율촌의 행정 기관인 면소재지는 교통수단의 변화와 함께 바뀌어왔는데 오늘날의 자동차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순천으로 연결되던 큰 길이었던 산수리의 신대(新垈) 마을에 있다가 신작로가 만들어진 일제시대에 조화리로 옮겨온 뒤 전라선 철도의 부설과 함께 기차역이 생겨난 여흥리로 다시 옮겨와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수려한 산수와 기름진 땅을 가진 율촌은 좋은 지세 때문에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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