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보건공사 노조의 ‘러브하우스’
여수보건공사 노조의 ‘러브하우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04.04.16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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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손녀와 함께 사는 전신 관절염의 할머니집 고쳐
남들보다 일찍 새벽밥을 먹고 나와 하루 종일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와 자동차에서 뿜어져 오는 매연에 묻혀 고단한 일을 하는 여수보건공사 노조원들이 팔을 걷고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섰다.
124명으로 구성된 여수보건공사 노조는 새벽 4시에 나와 6시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틈틈히 수정동으로 모였다.
그 곳에는 전신 관절염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예순의 김할머니가 8살의 손녀를 대리고 살고 있는 산동네. 비가 오면 오는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는 고단한 삶, 이번 여름 장마를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 태산이던 할머니는 여수보건공사 노조원들의 도움으로 비 걱정없이 살수 있게 됐다
보건공사 이종석 노조위원장은 “자신들도 힘겹게 사는 노조원들이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돕자고 나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여수보건공사 조용원 상무와 여서동 성동교회의 추천을 받아 김할머니의 집을 수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는 “노조원들 중 집수리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이번 일을 하게 됐다”며 “새벽밥을 먹고 나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이곳을 찾아 도와준 노조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번에 집을 고친 김할머니도 “자신들도 어려운 일을 하면서 이렇게 도와줘 고맙다”며 “여름 장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고 노조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한다고 했던가. 지난 IMF때도 그렇고 태풍 '루사'가 우리나라를 할퀴고 간 때도 100년만에 폭설로 농가가 울상을 지을 때도 모두가 어려운 사람들이 팔을 걷고 도와줬다.
여수는 어떤가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동료의 판자집이 불이나 하나도 건진 것이 없이 타버렸다는 이야기에 기꺼이 자신의 방을 내주고 힘겨운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한 푼 두 푼 모아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던 돈을 건네주기도 했지 않은가.
어렵고 힘들어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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