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걷어내고 세계환경수도 도약
잿빛 걷어내고 세계환경수도 도약
  • 박상현 기자
  • 승인 2004.04.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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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선진지 일본 기타큐슈를 가다
대한민국 여수시를 가장 많이 빼 닮은 일본도시를 찾으라면 기타큐슈가 아닐까 싶다.
지리적, 역사적 배경에 도시구조 역시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안고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여수21실천협의회(협의회)가 이번 선진지 견학을 실시하면서 가정 먼저 들르고자 했으며 일정 중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택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규모 주차장은 주차수요를 충분히 소화해 주요도로변에는 불법주차차량이 없고 가정집에서는 반 평의 땅일지라도 화초나 나무를 심고 있었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후세대를 위한 환경교육은 세계 어느 도시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시가 안고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기타큐슈시가 추진하는 공장과 도시의 녹화, 교통문화 실태, 자치제도 등을 통해 찾아보고자 했다.

일본 큐슈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도카이 만을 낀 채 형성된 기타큐슈시에는 신일본제철이라는 대형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철강과 화학, 기계 등 중화학 공업이 신일철이라는 대형 공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현재 일본 4대공업지대로 발전했다. 광양만을 끼고 광양제철과 화학공업 중심의 여수국가산단이 위치한 우리와 여건이 비슷하다. 게다가 우리시가 약 6년전에 3려통합을 이뤘고 기타큐슈시 역시 63년에 5개시를 통합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공장·도시 녹화 위한 민관산 협력이 열쇠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는 그들이 겪었던 그대로를 답습하고 있다. 여수시는 90년대 중반 산업공해문제가 불거져 주민이주를 추진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했으나 기타큐슈는 약 30여년 전에 이를 겪었던 것이다. 일본 최초로 광학스모그가 발생하는 등 환경재앙을 겪었던 것이 1960년대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환경재앙을 이겨내고 현재 세계에서 으뜸가는 환경산업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결론은 민관산의 협력과 실천이다.
이곳은 65년 1평방 킬로미터에 최대 108톤의 분진이 떨어지는 일본 최대 매진 강하량을 기록했으며 69년 일본최초 스모그 경보 발령 등 극심한 대기오염에 고통받았었다. 공해마을로 불리는 시로야마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수많은 천식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카이 만은 공장폐수 및 생활폐수로 인해 66년 만내 산소함유량 0㎎/ℓ, 화학적 산소요구량 36㎎/ℓ를 기록할 정도로 오염상태가 심각했다. 만내 어패류는 전멸하고 물에 빠진 선원이 바닷물속 유해물질로 인해 사망한 일이 발생해 죽음의 바다로 불릴 정도였다. 이 무렵 공장과 지역주민간 분쟁과 갈등도 매우 심각했었다.
약 40년이 흐른 2004년의 기타큐슈는 커다란 숲속에 도시와 공장이 인접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공해대책 조직정비, 기업 ‘공해방지협정’ 체결
한술 더 떠 한 시의원은 기타큐슈를 세계환경의 수도로 만들어 갈 의향이 없느냐고 시장에게 따지기까지 할 정도로 환경문제에 있어서 자신만만하다.
이같은 변모의 주체는 모두 민관산학에 있다. 당시 공해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나선 쪽은 주부들이었다. 부인단체들은 ‘푸른 하늘을 되찾자’라는 슬로건 아래 대기오염상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기업이나 행정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전개했다.
행정도 나섰다. 키타큐슈시는 공해대책 조직정비를 비롯 공해상황을 항상 감시 할 수 있도록 공해감시센터를 설치했다.
공해방지정책 추진을 위한 재정조치 및 규제제도의 정비, 기업과의 ‘공해방지협정’의 체결, 하수도와 녹지의 정비, 폐기물 소각공장과 처분장의 정비, 피해자의 구제 등 지속적이고 획기적인 환경대책을 실시했다. 도카이 만에서는 수은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퇴적물을 대대적으로 준설했다.
두드러지는 것은 공장의 협력부분이다. 키타큐슈시는 74년 신일철과 녹화협정을 맺어 공장부지의 10% 이상을 녹화하기로 협정을 맺고 실천에 들어갔다. 일반공장들도 시가 예산 범위 내에서 공장녹화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어 적극적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냈다. 결국 이같은 노력은 녹화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이 되고있다.
현재까지 신일철 등 공장에서 조성한 녹지를 보면 신일본제철소 전체면적(950ha)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곳 숲은 너비 100m에 연장 3km로 이어질 정도다. 이 숲의 크기는 133ha에 이른다.
신일철 뿐 아니라 공단녹화협정을 체결한 지역 기업은 모두 145개 사에 이르고, 지난해 12월말 현재 전체 공장부지(2천10ha)의 11.3%인 227.4ha를 녹화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96개 사가 참여해 10.5ha를 녹화했는데 녹화율은 15%로 대기업보다 높다고 한다. 한마디로 숲 속에 공단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과 실천으로 인구 1백만이 조금 넘는 기타큐슈시가 도시공원을 1천5백42개나 소유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림1중앙#녹화계획의 최종연도를 2020년으로 잡은 기타큐슈시는 1인당 도시공원면적을 지금의 2배인 20.0m’로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우리 협의회가 가장 비중을 두고 추진하는 산단내 소공원 조성사업, 산단 울타리 녹화사업 등 산단 녹화사업은 꼭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여겨진다. 기타큐슈시가 공해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추진했던 방편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민·관 협의로 강력한 행정 펼쳐 교통·관광·환경 등 문제 해결
기타큐슈시에서 또 한가지 부러운 점은 교통문화였다. 1박2일을 머물렀으나 우리가 지나온 도로에서 도로변 불법주차차량은 단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여수시 주요도로변을 잘 아는 입장에서는 너무 의아했으나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그것은 주택가마다 설치해 둔 15대 정도 주차 가능한 주차장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은 어김없이 소규모 주차장이 있었고 개인 주택별로도 따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교통문화에 대한 그들의 높은 수준을 실감케 했다. 일본인들이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불편을 주는 것에 대해 필요이상 민감한 것 같으나 그 같은 의식은 결과적으로 도로변 불법주차로 수많은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현상을 막아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10끼 이상 일본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음식이 물린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음식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데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병원균에 약해 도시락처럼 각자 따로따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상을 차리는 문화가 토착화 됐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반찬 등을 조금씩 나눠 개별 지급함으로써 음식쓰레기가 남는 것을 최소화해 실제로 남는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쓰레기 봉투에 배출자의 실명을 적도록 하고 어길 시 수거를 하지 않는 쓰레기 실명제 또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분리수거 등을 실천토록 유도하는 좋은 방안이 되고 있었다.
관의 자세는 철저하게 시민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배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기타큐슈시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사람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였다. 1층 관광홍보과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각종 자료와 텔레비전을 설치해두었는데 행색이 남루한 여러 사람이 잡담을하거나 잠을 자도 제재는 없었다.
흡연자는 건물 밖으로 쫓아내는 우리와는 달리 실내에 일정공간을 할애해 흡연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대신 대형환풍기가 담배연기를 빨아들여 실내는 쾌적했었다. 물론 이공간은 칸막이나 유리 등으로 격리시키지도 않았다.
#그림2중앙#궁굼증을 풀기 위해 직원을 찾을 경우 관련 부서로 전화를 넣기는 하지만 해당 직원을 찾기위해 민원인이 들고있는 전화가 사람을 찾아 계속 돌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민원을 최초 접수한 직원이 직접 여러 곳으로 전화를 걸어 내용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필요하다면 직접 민원인을 데리고 해당부서 직원에게까지 안내를 해줬다.
기타큐슈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이같은 노력은 85년 OECD가 ‘잿빛도시에서 녹색도시로 변모한 도시’라고 극찬하고 90년 UNEP(유엔환경계획)로부터 ‘글로벌 500상’을 받을 만큼 인정을 받고있다. 나아가 이제는 세계환경의 수도로 만들자고 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었다.
기타큐슈를 보며 그들은 지역 공통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산학이 협약 등을 맺은 다음 각 주체별로 실천과제를 약속하고 이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기필코 지켜져야 하는 문화를 고착화 시켜 결국 문제를 풀어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비단 그것이 산단으로 인한 공해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뿐만 아니라 교통문제, 생활환경문제 등 여수시가 안고있는 공통의 여러 문제를 풀어 가는데도 최우선 적용돼야할 가치로 여겨졌다.
따라서 산단 공해문제는 녹지공간 확보 등 공장과 도시의 녹화만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증된 이상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가 공통적인 인식속에 합의한 실천사안은 절대적인 참여와 실천을 이행하는 약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광도시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여수시가 안고있는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인 불법주정차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른 교통문화에 대한 개선을 위해 민과 관이 동의를 이룬 다음 강력한 행정 제재와 함께 여수시 전체를 위해 불편을 참는다는 의식속에 민간의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생활쓰레기 문제, 관광활성화 등 우리시가 안고 있는 많은 부분의 난제들도 민관산학이 함께 고민하고 기필코 합의 사항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 경우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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