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송호의 청년시대 2]여수농악 복원, 세월 가는 줄 몰라...
[정송호의 청년시대 2]여수농악 복원, 세월 가는 줄 몰라...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03.25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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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락 지킴이 정은영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튀는 패션, 그리고 알아먹지 못하는 대중음악에 푹 빠져 산다. 요즘 젊은세대의 개성은 강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래서 '청년시대'가 찾아간 곳은 20대 후반의 또래들이 우리문화를 지키고 전파하고 있는 '여수풍물단'의 연습실을 찾았다. 정은영(28세)씨는 진남체육공원 한쪽에 허름한 조립식 건물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과 함께 열심히 장구를 치고 있었다. <편집자 주>

그녀가 풍물을 배우고 장구채를 잡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연발한지 벌써 10여 년이 되었다. 그녀는 여천고등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하면서 헌신적인 동아리 지도선생님으로 인해 풍물을 접했다. '따따로'라는 풍물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냥 좋아서 풍물에 빠져들었다.

특이한 것은 인문계 학교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모두 예대를 진학했다는 것.
'예고출신 학생들이 예대를 진학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인문계 학교의 열악한 조건에서 예대에 진학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 허락을 구하고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고 학교 생활 또한 충실해 대학진학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아마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고등학교 때 일화 한 토막을 일러줬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친구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지요. 당연히 잠이 쏘다지는 것은 당연했구요 잠이나 쫓을 겸 장구가락을 흥얼대며 책상을 두들겼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친구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그 무섭던 선생님에게 불려가 많이 혼났죠.(웃음)"

현재 그녀가 속해 있는 풍물단 대부분이 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가락을 친다고 선생님에게 혼났던 '따따로' 동아리 출신 선후배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의사가 통할 정도며 이러한 팀웍이 최대 장점이라고 한다.

또한 모든 단원들이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한국음악'을 전공을 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당시 함께 풍물을 했던 친구들이 군복무기간이거나 복학을 해서 지금의 단원들처럼 지역으로 내려오기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단원들이 사비로 5백만원의 빚을 내 '김제 지평선' 축제에 출전, 1등을 했다. 그녀는 "한마디로 여수의 젊은이들이 사고쳤죠"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젊은사람들이 지역에서 우리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애로점이 있지는 않았는지 궁금했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희 풍물단 사무실은 망마경기장의 한공간을 사용을 했었어요. 저희는 저녁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그곳은 많은 시민들이 저녁시간에 운동을 합니다. 운동할 때 시끄럽다고 귀를 막고 다니고, 민원을 제기하고 그래서 거의 쫓겨나다 시피 했었던 아픈 기억이 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현재의 공간은 천장과 높이가 낮아 연습을 하는데 힘들다는 애로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요즘 그녀를 비롯한 풍물단에서 2월부터 새로운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이 바로 '여수농악'을 복원해 보는 것. 현재는 자료수집을 진행중이지만 아직은 인적·물적 열악함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 지리적으로 여수는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전라좌수영의 본영이라 옛날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문화 중 '여수의 농악'은 충무로 군영이 옮겨가면서 퇴색되었다.

현재 충무와 진도쪽의 농악이 여수에서 파생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농악 쪽의 많은 전문가들 또한 '여수농악' 복원의 가치가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고있어 일할 맛이 난다.

하지만 "옛 여수의 농악을 체험했던 세대가 거의 생존해 있지 않으며 얼마 전 여수농악 중 유명했던 돌산의 '백초농악'을 잘 아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이제 몇 분 남아 계시지 않을텐데"라며 많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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