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효자시, 효자여"
"천하에 효자시, 효자여"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5살 노모와 78살 사위의 애틋한 효성
100살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 사위 김형두(78)씨가 살고 있는 서교동 ‘만흥쌀 상회’를 찾았을때 그의 어머니 박치심(105)씨는 기자에게 “이 짝이 따슨데 앉으시요”라고 이부자리를 치웠다. 사위는 질세라 “아이고 작업해라”고 응수했다.
‘거시기’나 ‘머시기’ 말처럼 전라도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작업해라’는 말이 속웃음을 자아냈다.
김씨가 노모를 모시게된 사연은 기구하다. 박치심씨의 친정은 돌산 월암산 동네다. 경도 이씨 가문에 결혼을 했다가 딸만 둘을 낳고 아들을 낳지 못해 남편과 36살에 이혼하고 돌산 신복리 정씨와 재혼했다가 두 번째 남편이 죽자 자식이 없는 박치심씨는 둘째 딸 집으로 오게된 것. 박치심씨는 둘째 딸을 하는 짓이 이쁘다고 ‘예삐라’라고 부르고 있었다.
72살 때 둘째 딸 집으로 오게된 박치심씨는 이로부터 36년을 사위의 보살핌을 받고 살고 있다. 박치심씨가 사위를 “천하에 효자시, 효자여”라고 치켜 세우자 사위는 “맨날 효자다 효자다 그러니까 정신이 잠 더 써진다”며 “지금도 사위를 아기처럼 소중하게 보화처럼 생각해 공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씨는 “나도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모른디 아들 못 낳는 어무니와 궁합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치심씨는 올해 105살의 고령에도 바느질을 하고 낮에는 꼭 서시장 한바퀴를 돈다고 한다. 용돈을 모아 떡같은 것을 사오면 항상 사위 몫을 딱 챙겨 놓을 정도로 사위 사랑이 지극하다.
사위 김형두씨의 노모 사랑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지난 해에는 여수시로부터 효자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부상으로 받은 벽시계는 그의 자랑거리다. 김씨의 형수 이태심씨도 77년도에 효부상을 , 형님 김진두씨는 효자상을 받을 정도로 김씨의 가족들은 어른 모시기에 남다른 면을 보이는 보기드문 가족이다.
김씨는 “응당 처부모도 부몬데 잘 모시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앞서고 잘 모시지 못한다”며 “어르신 공경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64년동안 서시장에서 쌀가게를 해오다 지난 해 폐업을 했다. 그는 여수양곡소매상조합장과 (주)서시장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