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에 산 사람을 시체로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분하다”
“20만원에 산 사람을 시체로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분하다”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3.16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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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앰뷸런스로 위장한 영구차 호객행위 철퇴 주장
김지연씨는 지난 11일 오후 5시 50분경 덕양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말았다. 김씨의 가족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 것은 아무런 응급 조치 한 번 받지 못하고 영구차에 실려 간 것 때문이다. 김씨의 어머니는 장례식장 차로 후송돼 여천J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장은 이미 박동을 멈췄다. 이때 시간이 오후 6시 13분이였다. 김씨는 사고 당시 “어머니가 맥박이 뛰고 있었지만 앰뷸런스가 아닌 ‘장례식장 차’가 아무런 응급조치도 하지 않은 채 실고가 사망시간을 단축했다”며 “다시는 어머니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는 15일 김씨와 그의 동생 김천봉씨를 만나 ‘어떻게 장례식장차가 119구급대보다 먼저 사고 현장에 나타나 교통사고 환자를 실고 갔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1. 어머님이 장례식장 차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것을 언제 알았나.
처음에는 경광등이 있어 모두 병원차로 알았다. 차에는 여천J병원으로만 써져 있었다. 출상하는 날 13일 오전 병원측에서 계산서를 가져왔는데 간이영수증에 ‘응급출동운구비 20만원’이라고 적혀 있길래 응급출동은 119나 경찰이 하는 것인데 왜 장례식장에서 응급출동을 했냐고 따지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에게 명함을 뿌려 연락이 와서 출동했다고 했다. 연락이 가더라도 병원 응급차에 가야지 왜 장의사 차 한테 가냔 말이다. 그러다보니까 장례식장에서는 택시기사에게 연락 오면 무조건 죽은 줄 알고 실고 가는 것 아닌가.

2. 응급실 챠트에는 후송 도중 사망한 것으로 적혀 있는데 사고 당시 어머님의 상태는.
당시 아버님이랑 같이 차에 계시다가 어머님이 배가 고파 슈퍼에 빵을 사러 나갔다가 아버님 차로 돌아오다 음주차량에 의해 사고가 났다. 경황이 없던 아버님이 어머니 맥박을 만져보니까 뛰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살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119가 오기도 전에 그냥 장례식장 차가 와서 실고 가버렸다.
아버님은 병원 마크와 경광등이 달려 있고 차에도 여천J병원이라고만 써져 있어 장례식장 차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저희들이 응급실에 6시 35분에 도착해 보니까 이미 어머님은 영안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내려가서 어머님 몸을 만져보니까 그때까지도 따뜻했다. 이렇게 몸이 따뜻하다면 사고가 났을 때 최소한의 응급조치라도 했었다면 병원에 오셔서 단 10분이라도 살아서 자식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셨을 것이아닌가. 저희는 이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림1중앙#

3.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주가 아무말도 않다가 출상 날 문제를 삼아 장례식 비용을 깍아 줬다고 한다.
-(거래 명세표를 내 보이며) 단 한 푼도 깎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총 4백77만원 중 응급출동비 20만원과 봉합 수술비 10만원을 제하고 모두 지불했다. 응급출동비도 뒤늦게 우리가 항의를 하고 방송 기자가 취재를 하니까 받지 못한 것이지 십 원도 깎아 준 것이 없고 저희 가족들은 어머님이 가시는 길이라도 좋게 해서 보내기 위해 병원 장례식장이 해 달라고 하는 대로 다 줬다. 아마 더 달라고 했어도 줬을 것이다.
다만 저희가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은 우리 어머님같이 억울한 희생자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알려 개선이 되길 바랄뿐이다. 어떻게 영구차가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 사망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구호조치도 없이 실고 갈 수 있는가. 그것도 119보다 빨리 와서 말입니다. 장례식장측은 경찰의 지시로 그랬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안된다. 아무리 먹고 살라고 했다고 하지만 결국 20만원에 산 사람을 시체로 만들어 버린 것 아닙니까. 너무 애통하고 분하다. 장례식장 사람들은 자기 가족이 사고를 당하면 이렇게 하겠는가. 더 이상 사람 목숨가지고 호객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4. 장례식장측이 사과는 했나.
방송사에서 나오고 출상도 하지 않고 항의하니까 마지 못해 먹고 살기위해 그랬다며 뒤늦게 잘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 저희 어머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는데 정말 사과할 마음도 없으면서 말로 천 번 만 번 사과하면 뭐하나. 우리는 이미 피해를 본 만큼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회 문제가 돼 바로 잡아야 한다.

5. 장례식장 측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희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 무조건 영안실차가 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장례식장 차라고 확실하게 표시를 해서 무조건 병원차로 판단을 흐리게 해 운행해서는 안된다. 장례식장에서 이번과 같이 호객행위를 할 수 없게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그래봤자 고작 20만원 버는 것 아닌가.
어머님 올해 나이가 54세다. 평소에 남 험담 한 번 하지 않고 살아 왔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렇게 험하게 돌아 가셨는데 가실 때라도 좋게 해서 보내자고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요구한대로 다 해줬다. 어머니와 같은 억울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바로 잡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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