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꼬옥 잡은지 60년…질곡의 삶, 사랑으로
두 손 꼬옥 잡은지 60년…질곡의 삶, 사랑으로
  • 서선택 기자
  • 승인 2004.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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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결혼사진 … 슬픔·기쁨·미움·사랑 모두 담아
토요일오후 여서동 한 파티장 앞마당에는 때때옷을 입은 아이들과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가족들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가득 했다.

이들의 웃음은 다름 아닌 김연수(77)와 고정순(79) 두 노부부가 두 손을 꼬오 옥 잡은 지 60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이 두 주인공들은 1943년 12월 31일 결혼해 2만1천932일을 서로 사랑하며 살아 왔다.
축하객들은 그 어느 행사보다 흐뭇함과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축하객들의 시선을 모은 한 장의 빛 바랜 사진은 영광된 삶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수 십 명의 자손들 앞에 선보인 60년 전 결혼식 사진은 삶의 흔적이 묻어난 훈장 그 자체였다.

사진속에 비춰진 두 주인공의 티 없는 청순함은 한없이 복된 삶을, 또 오늘을 암시하지는 않았을까.

결혼 생활 60년, 미움과 사랑이,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며 삶을 질곡을 맛 봐야 했을 것이다. 그때마다 서로를 존중하며 두 손을 꼬오옥 잡았을 것이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결혼식 사진 속에는 보는 이들의 입가에 작은 웃음까지 끌어냈다.
기자는 1943년, 어느 부부의 결혼식장으로 빨려 들어가 보았다. 결혼식이 있는 날 한겨울 찬바람은 사랑의 뜨거운 공기에 밀려 종적을 감출 때 즈음 연지곤지 분을 바른 신부와 동백기름을 바른 신랑이 동네사람들의 짓궂은 덕담을 받으며 백년해로를 언약했다.

이날 신랑 김연수씨는 지금의 고둥학교 1학년생인 17세, 아직 앳 돼 보이는 얼굴에 가르마를 딴 머리는 제법 신랑 같아 보였다.

신부 고정순씨는 신랑에 비해 조숙한 탓인지 누나 같은 모습, 두 사람이 술잔을 나누며 서먹함과 쑥스러움으로 술맛과 물맛을 구별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동네사람들의 평이었다.

그 날밤 함박눈이 내려 첫 날밤은 화이트 허니문. 상상...
60년 후 이 노부부의 회혼식장의 분위기는 저마다 "나도 회혼식을 꼭하고 떠나겠다"며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부부의 사랑이다"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두 노부부가 손을 맞잡고 시루떡을 자르는 모습은 60년 동안의 세파를 겪어온 승자의 영광이었다.

노부부는 전쟁과 배고픔 등 질곡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오직 부부사랑만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오늘날 2쌍 가운데 1쌍 꼴로 이혼을 한다, 이혼이라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뚝하면 성격차이로 이별을 해 세계적인 이혼대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때 60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부부가 회혼식을 갖는 자리는 축하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더욱이 이날 회혼식은 자손 중에 당사자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 아무리 노부부의 회혼이 경사스러워도 회혼식은 못하는 것이 풍습임을 감안하면 노부부의 생물학적 장수뿐만 아니라, 집안의 평안히 가져온 행복의 상징이다.

부부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때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김연수 옹은 "힘든 것이 있겠는가 믿고 살면 되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삶의 비결을 일러주었다. 회혼식의 주인공들은 3남 1여를 두어 손으로 16명의 자손을 보았다.

장남 재현 (신일수산대표) 차남 재철(두진수산 대표)삼남 재운(호남상운 중흥주유소대표) 막내 재근 (주)본택 (팀장)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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