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거문도 주민들 탁상행정 ‘본때’
성난 거문도 주민들 탁상행정 ‘본때’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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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시설, 해수담수화시설 주민 무시 강력 반발
지난 21일 거문도 삼산면사무소에서 열린 거문리 하수처리시설과 해수담수화 시설 설명회장은 뜨거웠다.
이 날 설명회는 본지의 보도(2월 9일자 ‘여수시 설계사 공법업체 담합 의혹’)로 해수담수화 시설 공법 확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시가 뒤늦게 설명회를 자청한 것으로 시작 전부터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30여명의 주민들은 시종일관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시 행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32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하수처리시설은 최종 방류구 선정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환경성 검토도 하지 않고 시가 일방적으로 처리장을 선정하고 공사 착공까지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하수과는 환경성 검토 단계에서 주민들을 참여 시키겠다는 것과 최종 방류지 선정을 예산 문제가 있지만 주민이 원하는 곳에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일단락됐다.
이에 반해 해수담수화시설은 설계용역회사의 고압적인 자세로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등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마찰을 불러 일으켜 하수과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공법선정위원회 개최 여부부터 차이를 보였다. 공법선정위원회를 통해 삼성 공법으로 확정한 하수과와 달리 상수도과는 “행정절차상 공법선정위원회라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상수도과의 말대로라면 공정성을 기하고자 한 하수과가 행정 절차에 없는 위법 행위를 한 셈이다.
해수담수화시설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특정 공법(‘두루마리형’)을 어떤 기준으로 확정해 발주했냐는 것. 결국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특정 공법을 선정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설계용역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특혜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현장 견학까지 한 시의원과 주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하고 말았다. 주민들의 요구는 상식선이다. “물을 누가 먹냐”는 것이다. 따라서 물을 먹는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그림1중앙#주민들은 지난 해 7월 설계용역회사의 최종 보고회를 끝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두루마리형’과 ‘원판튜브형’ 공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번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양쪽 공법회사와 제 3자인 수자원공사 전문가가 참석한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설계용역회사의 ‘두루마리형’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양쪽 회사를 다 불러 설명해 주라”는 상식선의 요구를 한 셈이다. 행정의 수혜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시는 “두루마리형 회사 6곳과 원판튜브형 회사 1곳 등 모두 7개 회사를 다 부를 수는 없다”며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어떤 경우도 한 번 결정된 공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날 전직 모 시의원은 시의 결정을 뒤늦게 문제 삼는 시의원과 일부 주민들의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들어 주위를 당혹케 했다. 모 전 시의원은 “두루마리형 공법 회사는 6곳이고 원판튜브형이 한 회사밖에 없는 것 이 자체가 문제다”며 “원판튜브형을 결정하는 것은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여 관계 공무원들을 고무시켰다.
공법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는 시의원과 주민들을 비리 혐의자로 지목하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연출한 모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신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시장 진입은 곧 바로 비리이자 특혜가 되기 때문에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 날 설계용역회사 관계자는 두루마리형은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원판튜브형에 비해 물맛에 차이가 나지 않고 인산소다를 사용하지 않으며 장치 가격, 연간 운전비(전력비, 약품비, 교체비) 등에서 월등하다”고 거듭 주장해 진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설명회를 마친 주민들은 “오늘은 거문도의 역사적인 날이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해 온 시가 자신들의 의사를 물어 온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수시장은 늦었지만 지난 28일 주민 공청회를 통해 물을 먹는 주민들이 공법을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해수담수화시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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