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보다 다양한 사람 만나고 싶다”
“돈벌이 보다 다양한 사람 만나고 싶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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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뉴스’ 출신 에스더 2년전 여수에 헤어샵 오픈
소장품 전시한 튀는 가게 청소년 문화 공간 한 몫

세례명 ‘에스더’(김혜란29)가 여수에서 ‘압구정’ 헤어샵 문을 연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이 열린때다. 특수분장가로서 성공을 꿈꿨던 그녀가 머리를 만지기 시작한 것은 청암대 피부미용과 재학 중 일 때부터였다. 16일 기자가 압구정을 찾았을 때 그녀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초상이 그려진 붉은 티를 입고 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그녀가 미용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헤어뉴스’ 본점에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96년. 그곳에서 4년간 실력을 닦기까지는 매일 손과 발이 퉁퉁 붓는 수많은 고통이 따랐다. 그녀말에 따르면 “밥을 제때 한번도 못 해 먹을 정도였다”는 것. 초급 디자이너 시험을 치른 후 박준 홍대점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전국지점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연예인들 대부분이 그녀에게 머리를 맡길 정도로 그녀는 촉망받는 헤어디자이너였다.

이런 그녀가 있기까지는 미용계 대모로 불리는 헤어뉴스 대표 ‘샤니 고’(선생님의 본명을 절대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의 혹독한 훈련이 한 몫을 차지했다.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길을 뒤로하고 그녀가 고향에서 정착하게된 것은 “쉬고 싶었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10년동안 휴가한번 가지 못한 채 일만 해왔던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재충전의 시간’이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여수시 신기동(갤럭시 골목)의 압구정은 헤어샵이라기 보다 창고와 같다. 코리아텐더 농구복을 입은 마네킹, 베트남인 복장을 갖춘 마네킹, 수십장의 연예인 사진, 영화포스터 등이 약간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이 곳에 손님이 머리를 할 수 있는 좌석수는 고작 3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머리를 손질할 수 없는 곳이다.

1m80cm에 가까운 장신인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은 코리아텐더 포인트 가드였던 옥범주선수의 유니폼이다. 코리아텐더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여수에 머무르지 못했을 것이다는 그녀에게 농구선수들의 머리를 만져 주는 시간들이 버팀목이였던 셈이다.

이처럼 특별하게 인테리어를 하게된 것에 대해 그녀는 자신과 같이 농구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코리아텐더가 떠난 후 여수 청소년들은 길을 잃은 양떼처럼 헤메이는 신세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기회가 주어진 다면 많은 사람들이 헤어샵을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멀티헤어샵’을 오픈할 계획이다. 머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듣고 전시물도 감상하는 멀티샵을 구상하는 그녀의 현재 가게는 자신의 소장품을 모두 갖다 놓고 전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그녀는 "미래를 위한 연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가게를 헤어샵이 아니라 ‘창고’이고 자신은 ‘창고지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창고가 청소년들에게 작은 문화공간이 됐으면 한다. 그래서인지 수입도 서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신앙생활과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좋다고 한다.

여러 곳에서 강의 제안을 받고 있는 그녀는 “아직은 강의하기에는 어려 거절하고 있다”며 “돈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접하고 싶다”고 쑥쓰러워 했다.

여수 사람들의 머리 모양을 묻자 그녀는 “서울은 실용적인 편한 머리를 자주하는 편인데 반해 이곳은 오래가는 파머를 한다”며 “여천은 외지에서 온 분이 많은 지 생각했던 것보다 감각이 있고 세련됐다”고 말했다.

최근 여수 은파교회에서 태국으로 선교 여행을 다녀 온 그녀의 가게에는 인터뷰 시간 내내 복음송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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