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없이 항구 들어오다 사고 … 예상된 人災
파일럿 없이 항구 들어오다 사고 … 예상된 人災
  • 관리자
  • 승인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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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항 유조선 ‘강제도선 의무화’ 절실 … 도선법 개선 시급
▒도선사 승선안해 발생한 ‘인재’
이번 사고는 위험물을 적재한 선박을 도선사가 승선해 안전지대까지 운항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인재’로 드러나 위험물적재 선박에 대한 강제도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선박들은 약 4천톤과 5천톤급으로 사고 당시 각 선장들이 운항을 한 것으로 해경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현행 도선법은 기름을 적재한 총톤수 6천톤 이상의 선박은 강제도선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위험물 또는 기름을 적재한 선박의 경우 1년이내에 8회 이상 또는 3년 이내에 18회 이상 도선사 승선 실적이 있으면 강제도선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도선사 승선없이 입출항을 하고 실정이다.
따라서 여수항을 입출항하는 6천톤급 미만의 기름 또는 위험물 적재 선박은 강제도선의무로부터 자유로워 사고 개연성이 높다. 또한 선주들이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선사 승선을 꺼려하는 점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해수청에 따르면 지난 해 여수항을 입항한 원유와 석유제품을 적재한 유조선 중 6천톤급 이상은 83척, 6천톤급 이하는 2599척으로 70%를 차지하고 있어 6천톤급 이상의 기름 적재 선박에 대해 강제도선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한 도선법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양업계 관계자들은 강제도선 의무화를 전면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도선사협회 여수지회 관계자는 4일 “여수항은 강제도선구역이지만 도선사 승선 횟수에 따라 도선면제를 받을 수 있다”며 “도선사의 승선은 안전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과 법원에 계류 중인 관계로 여수해경과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하 해수청) 등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해양업계 전문가들은 ‘선박 조정 부주의’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은 상반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수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정양호와 승해호가 항로진입을 위해 마지막으로 교신을 한 것은 새벽 2시 54분이였고 마지막 교신 3분뒤인 57분경 충돌사고가 났다. 사고 당일 해양수산청 광양항 관제실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충돌을 앞둔 3분 사이에 정양호와 관제실에서 수차례 승해호로 교신을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관제실 통제 미숙’이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제법상 양 선박이 교행에 대해 합의한 상태에서는 관제실에서 개입할 수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양 선박이 정상적인 항로 진입 교신이 이루어 진 것을 확인 한 후 항로 진입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수청은 양 선박이 사고 순간까지 교신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공개를 사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꺼려 녹취록에 담긴 당시 교신 내용에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일 날씨도 이상이 없었고 관제실의 통제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일어난 이 사고에 대해 ‘선박 조정 부주의’로 사고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반면 여수청 관제실 관계자는 “수십년간 유조선을 운항해 온 선장들이 부주의로 충돌사고를 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며 해경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 해양심판원의 최종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수청은 항로 또한 유조선 교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난 2항로 끝단은 폭이 400m로 폭이 50m가 되는 유조선들이 교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해수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LG정유와 삼남석유화학앞의 송도-목도-소당도의 야간교행을 금지시켜왔던 것을 낙포부두앞 2항로 끝단에서부터 우순도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사고재발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양항과 여수항 인근 해에서의 유조선 충돌사고는 지난 93년 지진도 인근 해상에서 5금동호와 비지아산호의 충돌 사고가 한 차례에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여수청은 오동도, 남해유포, 삼간도 등 3곳에 포항청이 92년에 설치한 최첨단 레이다 장치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96년 4월부터는 입출항 선박의 안전한 항행유도를 위한 최첨단 항만교통정보센터(PTMS)도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항로이탈 여부, 진행방향,속력, 선박상호 교차시간 분석 등을 통해 해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해 설치됐지만 이번 사고에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방제업체 한 관계자는 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몇년전 해도 위험물적재 선박에 대해 야간 입출항을 금지시켰지만 사업주의 반발로 해제했다”며 야간 입출항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림1중앙#

▒해양방제시스템 허점 드러나
LG정유 방제팀의 신속한 초동 방제 조치에 불구하고 전반적인 해양방제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해양 오염사고에 대한 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해경의 현장 대응 능력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경은 현재 전용 방제선 2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수목적배를 운영하는 전담요원이 상시적으로 상주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사고 발생시 일사불란한 지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제선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장의 잦은 교체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대형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해류 속도와 오일펜스 포지션 선정 등을 정확히 해낼 수 있어야 하지만 정장의 잦은 교체는 현장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경 방제팀 관계자는 “해경이 할 수 있는 일은 초동 조치에 불과하고 인근사와 방제조합, 방제업체 등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고 해명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초동 조치 또한 LG정유 방제팀에 의해 이루어져 해경의 초동 조치 능력이 미숙함을 드러냈다.
새벽 3시 사고가 발생한 1시간 후 LG정유 방제팀 선적 그린1,2호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오일 펜스를 설치하고 새벽 4시 40분경 그린 1호가 사고 선박 정양호 주위로 오일 펜스를 약 340m까지 포위하는 1단계 초동 조치는 LG정유 방제팀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정유사와 유조선을 보유한 선사들이 해양 오염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도 국가 보조와 회원사들의 분담금으로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LG정유 경우 98년부터 매년 30억 가까이 분담을 내고 있지만 대형 사고 발생시 조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혜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방제조합 여수지부가 운영하는 방제선의 경우 여수 신항에 위치하고 있어 정유사 인근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동 대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오동도 신항에서 낙포부두까지는 평균 20kt로 갈 경우 1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방제선박의 전진배치가 정유사 부두 인근으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LG정유 배상책임 두고 논란
여수시의회는 지난 달 15일 간담회를 열어 사고 선박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경위를 조사했으나 LG정유가 간담회 출석을 거부해 간담회는 ‘속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의회는 LG정유 출석을 요구한 공문을 발송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상당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 날 간담회에서 김정민 산업건설위원장은 “사고 선박들은 LG정유와 1년간 임대계약을 맺거나 퇴직 직원이 선주로 있으며 3년간 운송계약을 맺고 운항하는 배들이다”며 “실질적으로 LG정유의 자회사 법인이나 다름없는 만큼 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4일 기자와 통화에서 “LG정유가 불출석한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본사 항의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성수 의장은 4일?”사고 책임이 LG정유에 있다는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유사를 출석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일부 의원들의 견해가 있어 정유사에게 출석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사고는 선사에 있는 것이지 LG정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본사 항의 방문 계획은 없다고 밝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LG정유 측은 사고 선박이 LG정유와 무관함에도 의회 출석을 요구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배상책임과 본사 항의 방문 문제에 대해 의회측에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한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LG정유로부터 조사보고서가 들어오는데로 해양오염 조사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성태 기자
mih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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