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경찰 봉사지구대 동행 취재기
여수 경찰 봉사지구대 동행 취재기
  • 김종호 기자
  • 승인 2004.02.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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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간 밤샘 근무, 특별한 휴식시간 없어
최근 여수 경찰서 봉산지구대 직원 2명이 부상을 입고도 용의자를 격투 끝에 붙잡아 살아있는 경찰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용의자들이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어 수난을 겪고 있다. 여수지역 일선 지구대 경찰들의 보이지 않는 고달픈 현장속을 들어가 봤다.
지난 6일 저녁 7시. 금새라도 진눈깨비가 내릴 듯한 날씨속에 여수 경찰서 봉산 지구대를 찾았다. 가장 먼저 밝은 사무실과 깨끗하고 정갈한 내부시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기존의 파출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이들의 화재거리는 단연 박희삼 경장과 김평수 순경의 활약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상 뒤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고달픈 하루가 숨겨져 있었다. 봉산지구대는 기존의 4개파출소를 통합,봉산파출소를 지구대로 나머지 파출소는 치안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지구대 인원은 총 46명.그러나 3개조로 나눠 3대 2교대로 운영되다 보니 관할 7개동의 주민수는 6만3천명을 하루 13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4간동안 근무를 하고 밤샘 근무조는 다음날 쉬고 그 다음날 주간근무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날 저녁 7시 교대 신고를 마친 직원들은 2인 1조로 나눠 관할 구역 순찰에 나섰다. 7시 30분경 쉴세없이 무전기를 통해 다른 지역 민원 상황이 숨가프게 날아 들어 오고 있었다.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조용한 것은 이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날 야근 근무조 책임자인 백형렬 소장은" 조용하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야 되겠지만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 까 항상 걱정이다"고 말한다.
저녁 9시경 조용한 사무실에 인근 아파트에서 민원이 발생했다는 상황이 접수됐다. 상황이 접수되자 담당 순찰차와 인근 지역 순찰차가 합동으로 현장을 접수한다. 기존 파출소 운영 때와는 다른 민원 접수 방식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아파트 임대차 문제로 욕설이 오가는 등 소란스런 분위기가 계속됐다. 먼저 직원들은 상황부터 체크하고 민원들을 설득해 지구대로 이동시켰다. 이들의 고성은 지구대에서도 계속됐다.
담당 직원들은 민원처리가 해결될때까지 민원들과 입씨름을 계속했다. 다행히 민원인들끼리 해결하라는 백 소장의 말로 민원인들이 되돌아 갔다. 민원 해결이 끝나자 마자 담당 직원들은 또다시 순찰차를 타고 자신들의 순찰 지역으로 출동한다. 각 지역을 맡은 직원들의 업무 형태는 한 구역 2시간 순찰시간 중 1시간 50분 동안 지역 순찰을 하고 10분동안 다른 지역과 교체 투입되는 그야말로 휴식시간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은 거점 근무시간인 30분. 그것에서도 민원 접수 등 계속 업무를 해야 한다. 이같은 반복적인 업무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법적으로 지정된 휴식시간 없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 순찰차 업무도 업무이지만 술에 취한 민원인들과 현장에서 사투는 물론 지구대로 이동될 경우 이들의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된다.
다행이 이날 큰 사건은 없었으나 평균 4건정도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들 대부분 취약시간인 밤 12시에서 새벽 4시경이다.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로에 싸인 직원들은 민원들과의 길고 긴 입씨름이 벌어진다. 하루에도 경찰들의 목이 민원인들에 의해 수십번 달아났다. 붙었다 하는 지경이다.
직원들은 "술에 취한 민원인들이 누구 누구를 알고 있다며 옷을 벗긴다는 말은 이제 농담스럽다"며"자해를 하는 민원들도 있는 등 갖가지 유형으로 속이 말이 아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 직원들은 대부분 위장병이 있다. 불규칙한 식사와 누적된 피로에다 민원인들과의 접촉속에서 이들이 참아내야 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새벽 1시. 교대시간이다. 순찰하던 모든 순찰직원들이 지구대로 돌아왔다. 커피 한잔과 담배 한모금으로 피로를 물리친다. 이제부터 새로운 긴장감이 돈다. 사고 발생 취약시간이다. 돌산지역 순찰차에 직원들과 몸을 함께 실었다. 취약지역 순찰을 마칠 무렵 많은 눈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가 얼어붙을 상황이었다. 이같은 자연재해의 긴급 처리도 지구대 몫으로 돌아온다. 염화칼슘을 얼어붙은 도로에다 뿌리기 시작한다.
새벽에 발생하는 사고 뿐 아니라 자연재해 또한 지구대 전 직원들이 처리해야 한다. 기본 순찰에다 사고처리 민원 접수,자연 재해 처리 등 그야말로 밤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직원들은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새벽 2시 30분경 모두들 잠이 든 시간. 사무실에 내근하는 직원들의 피로가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된 피로의 누적이 원인이다. 이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한다. 직원들은"새벽 2시가 되면 눈이 감길려고 해 참기 힘든 실정이지만 이런 것도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며"오늘은 다행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일선 지구대 직원들의 근무여건에 대해 일반 직장과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휴식시간이 없고 14동안 밤샘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실제적인 업무 현장이었다. 이날 따라 눈이 더욱 많이 내렸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무선음이 들리자 이들은 다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들의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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