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막연한 힘만 믿고 창간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막연한 힘만 믿고 창간해서는 안된다"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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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매일 김진선 제2사회부 차장 인터뷰
여수지역에서 지역신문의 성공은 과연 불가능한가. 그동안 많은 지역신문이 창간됐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단명하고 말았다. 누군가 나서서 지역신문을 창간하는 일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까지 시장과 여론은 악화되어 있다. 이에 남해안신문은 창간을 앞두고 10여년간 지역신문에 투신해 성공과 좌절을 맛본 김진선 차장(전남매일 제2사회부)을 지역신문의 역사와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1.여수지역에서 최초로 지역신문을 창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1990년 일간지인 한남일보가 여수에서 창간돼 호남 전역에 배포됐다. 당시 난 아내와 1년 6개월동안 여기서 근무을 했다. 여수는 이미 해방후 '여수일보'라는 일간지를 도내에서 최초로 만들어 낸 도시로 명실상부한 호남의 리더였다. '언론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1991년 12월 창간된 한려신문이 여수지역에서는 최초의 지역신문인 것 같다. 당시 한려신문은 한려정보라는 정보지에서 전국 최초로 시사를 다루는 배판 16면의 주간지로 전환해 전성기를 맞았다. 편집국 기자 5명이 일주일에 이틀은 밤을 세우며 신문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후 94년 6월 까치정보라는 특수주간지에서 시사 주간인 '까치신문'을 만들면서 지역여론을 지역신문이 주도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교차로, 사랑방, 벼룩시장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여론을 주도한 지역신문들은 여러 벽에 부딪혀 결국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지금은 순수한 정보지로서 그 명망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여수시민신문, 진남신문, 여수투데이, 시민저널 등 다양한 지역신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두 단명하고 말았다.

2.지역신문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적정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적정한 여건이란 오너 경영자의 언론에 대한 인식이 지역신문이 사회의 공기로서 어떻게 사회 현상을 담아내고 변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부족했고 장기적인 계획이 없었던 것이 지역신문이 단명한 이유라고 본다. 언론의 막연한 힘만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3. 시민들은 여전히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다. 지역신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이외일지 모르지만 내 경험으로는 상당한 애정과 신뢰도를 보여줬다. 정감을 갖고 봐줬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애정과 신뢰에 지역신문이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다. 동네의 구석구석에서 생기는 작은 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지역신문이라고 본다. 사실 비판기사 보다 이 일이 더 어렵다. 지역신문에 투신한 기자들도 기존 일간지에서 과감히 탈피할 때만이 지역신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이런 말이 쉽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정한 규모나 투자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월급받는 생각에 앞서 1인 3역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4. '남해안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누구나 지역신문을 처음 시작할 때는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기존의 신문 시장에서 분명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을 확실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계획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난 남해안신문이 전국에서 꼭 인정받는 지역신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남해신문이나 홍성신문같이 성공한 지역신문사를 방문했을때 느낀 점은 무엇보다 경영이 체계화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들 직원들이 이를 반드시 지키고 실현하기위해 분투한다는 점이 였다. 작은 신문 매체라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경영된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흔히 여수에서는 지역신문은 '절대'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여수는 지역신문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전남 제 1도시에서 지역민이 자긍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지역신문 하나 없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남해안신문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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